경제부 기자는 통계 기사를 많이 씁니다. 한국은행·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통계청·국책연구소·민간연구소·협회 같은 다양한 곳에서 통계를 기초로 한 보도자료를 자주 냅니다. 제가 경제부 기자를 할 때 통계 기사는 쓰기 쉽지 않았습니다. 통계 수치만 나열하면 딱딱한 기사가 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통계는 착시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업률·고용률 같은 통계는 계절에 따라 변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교 졸업 시즌인 2·3월에는 구직자가 늘어나 실업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전월’ 아니라 ‘전년 동월’로 비교해야 합니다. 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줄어드는 ‘기저효과’도 통계 착시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2010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6.5%였습니다. 크게 성장한 듯 보이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큰 폭 하락해 예외적으로 그해 성장률이 올라간 것입니다. 경제부 기자라면 이런 내용을 잘 알 겁니다. 그럼에도 통계 기사를 읽다보면 사실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소주 판매가 늘면 ‘불황에 지친 서민이 소주만 마셨다’고, 소주 판매가 줄면 ‘불황 때문에 서민이 소주도 못 마셨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합니다.
참여정부 때 이런 식으로 통계를 제 입맛대로 왜곡·해석한 보수 언론이 최근에도 이런 기사를 내놓는 것을 자주 봅니다. 안타깝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기사 제1원칙은 ‘팩트는 신성하다’입니다. 숫자 역시 그 자체로 신성합니다. 하지만 어떤 기자는 숫자를 제 맘대로 해석합니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정부를 ‘조지기’ 위해서입니다. 통계 기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께 ‘팁’ 하나를 드립니다. 통계 기사를 읽을 때는 ‘문제의식’을 갖고 보시기 바랍니다. 숫자는 그 자체로 ‘팩트’지만, 해석하는 기자에 의해 ‘가짜뉴스’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숫자(팩트)가 사람(기자)에게 배신당하는 경우입니다.
<이코노미 인사이트> 10월호에도 비슷한 ‘배신’이 있습니다. 제목은 ‘슈퍼푸드 연어의 배신’입니다.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알려진 연어는 단백질, 비타민B, 오메가3가 풍부해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숫자처럼 사람의 과도한 집착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시죠? 궁금하시면 <이코노미 인사이트>를 보시기 바랍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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