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근처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택시노사 4개 단체가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어려운 택시업계 현실에 공감한다, 함께 택시 발전 시키자’던 카카오의 약속은 어디로 갔나? 동반자인 줄 알았던 카카오가 어느 새 ‘카풀’(승차공유)이란 칼자루를 쥐고 우리 밥그릇을 넘보고 있다.” 4일 오전 11시30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근처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 택시기사 500여명이 모여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회 참가자 다수는 ‘카카오택시 몰아내자’고 쓴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택시산업 다 죽이는 카풀 앱을 척결하자’는 손팻말을 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 육교에는 ‘카카오 콜 못받겠다! 카풀 사업 중단하라’, ‘서민택시 파탄주범! 카카오를 몰아내자’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대회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노사 4개 단체가 모여 만든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했다.
비대위는 “오늘(4일)과 11일에는 서울·경기도권 택사산업 종사자들이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8~17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18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 택시 종사자 3만여명이 참여하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집회가 끝난 뒤에도 국회에서 카풀 금지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천막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가 요구하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를 중단하고, 현재 출퇴근 때는 돈을 받고 카풀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이다. 현행 법령상 자가용 운전자가 돈을 받고 카풀을 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지만, 출퇴근 예외조항을 활용한 카풀 앱 서비스가 여럿 출시돼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2월 이런 승차공유(카풀) 스타트업 업체 가운데 하나인 ‘럭시’를 인수하면서 올해 안에 카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규모 스타트업 업체가 아닌 카카오 계열사가 카풀 진출을 공식화하자, 택시업계의 불안감이 급격히 커진 모양새다.
승차공유 스타트업들은 이같은 카풀 서비스가 “출퇴근 시간대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해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틈새시장일 뿐, 택시업계 수익을 위협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비대위는 이런 예외조항을 활용한 카풀 서비스는 “불법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택시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택시 운송질서의 붕괴를 야기하여 결국 시민의 교통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역 근처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택시노사 4개 단체의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국회가 갈등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승차공유 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승차공유와 관련한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끝장토론)을 통해 두 업계 사이의 합의를 끌어내려 했지만, 1년에 걸친 시도 끝에 결국 택시업계가 불참한 상태에서 논의를 끝맺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택시업계의 대화 참여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제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나서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교통서비스에 대한 장기 계획을 갖고서 국민 편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업계 간 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승차공유 업계에서도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풀 출시 일정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속한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주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업계 양쪽 모두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행정 환경은 과거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민간에서 따라야 하는 시대와 다르다. 일단 국회에서 카풀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국토부 입장을 적극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교/글·사진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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