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값이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폭등하는 등 농산물값이 치솟으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최근 1년새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한 해 전보다 1.9% 올랐다. 지난해 9월(2.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평균 1.9% 오른 소비자 물가는 올들어 1~1.6% 사이에서 등락하며 안정세를 보여왔다. 이달 물가상승폭이 올해 다른 달에 견줘 높긴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 이내 상승률은 유지됐다. 특히 인플레이션 상황을 가늠할 수 있어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결정 등에 참조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대비 1% 오르는 데 그쳤고, 또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1.2%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농산물과 석유류였다. 농산물은 전년동기대비 12% 올랐는데 특히 채소류 가격이 12.4% 올랐다. 시금치(69.2%), 파(43.6%), 상추(43.1%), 무(26.8%), 감자(9%) 등의 오름폭이 컸다.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라 신선식품지수도 지난해 9월보다 8.6% 올라 전달 증가폭(3.2%)을 크게 뛰어넘었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식품류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구입빈도가 높은 460개 품목의 물가를 추린 생활물가지수도 2.9% 올랐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8월 폭염과 폭우 영향으로 농산물 출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만 9월 하순으로 갈수록 채소류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경유(12.3%), 휘발유(9.9%) 등 석유류 물가도 전년 같은기간보다 10.7% 올라 전체 소비자 물가를 0.47%포인트 끌어올리는 노릇을 했다. 이와 함께 폭염에 따라 8월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됐던 전기요금 인하 정책이 종료되며 지난달 전기·수도·가스 물가의 전년동기대비 하락폭(-1.8%)이 전월(-8.9%) 보다 축소된 것도 물가 상승률을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이날 물가지표 발표 직후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물가관계 차관회의를 열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 이내에서 유지되고 있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1.2% 수준으로 안정된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가격 강세를 보이고 있는 농산물에 대해선 수급조절 등 가격 안정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자의 경우 이달 말까지 2600톤, 연말까지 3천톤을 추가 도입해 가격안정을 꾀하고 무는 계약재배물량을 하루 100톤씩 조기 출하하는 내용이다. 휘발유·경유 가격상승과 관련해서는 알뜰 주유소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격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제유가 인상 소식에 편승한 과도한 가격 오름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고 차관은 또 북상하고 있는 태풍 콩레이와 관련해 “태풍 콩레이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해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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