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진보에 따라 설비가 고도화(자본투입 확대)될수록 중장년층보다 청년층들이 고용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진로·직업박람회장을 찾은 청소년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기술진보가 장년층보다 청년층 고용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발전에 따른 노동수요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한 좀더 적극적인 청년고용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서강대 심명규 교수·KDI 정책대학원 양희승 교수·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 이서현 부연구위원은 7일 기술진보가 연령별·성별·교육수준별·직종별·기업규모별로 노동자들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연구한 ‘BOK경제연구: 기술진보와 청년고용’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진들은 2000~14년 통계청 광업제조업 조사와 고용형태별 근로시간 조사(연도별) 자료를 이용해, 제조업 분야에서 노동의 자본 대체탄력성을 추정했다. 기술발전에 따라 자본(설비)을 더 투입할 경우 노동(고용)이 얼마나 대체되는지를 연령대 등별로 수치화해 연구한 것이다.
분석 결과, 청년층(15~29살)과 중장년층(30~64살) 노동자 모두 자본과의 대체 탄력성이 1보다 컸다. 기술발전에 따라 노동이 설비로 대체돼 고용이 감소하더란 얘기다. 연령별로는 청년층의 탄력성이 1.77로 중장년층(1.54)보다 컸다. 청년 노동자가 기술이 발전의 결과 자본에 더 쉽게 대체됐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취업 연령이 늦어지는 최근 추세를 고려해 청년층 나잇대를 15~34살, 중장년층을 35~64살로 조정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또 분석 대상을 남성(전체 분석 대상 노동자의 75%가량)으로 국한했더니 청년층과 중장년층 사이 자본 대체탄력성 격차(1.85-1.6)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동자의 교육수준이 대졸 이상(2.75-1.98)인 경우, 기업규모가 중소기업(2.57-1.64)인 경우 기술개발로 청년층 고용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을 전문직·중간직(단순노무 및 조립작업)·서비스직으로 나눠 봐도 전반적으로 청년 노동자가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정도가 중장년층에 비해 컸다.
이서현 부연구위원은 “기업이 자본(설비) 투입을 늘리면 노동을 줄이게 되는데, 아무래도 기술이나 네트워크 등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보다는 이를 가지지 못한 청년층을 위주로 줄이게 된다는 측면에서 ‘자본과 경험의 상호 보완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진보와 청년고용이 서로 충돌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새로운 기술·지식 등을 청년 노동자들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 직업교육 강화 또는 대학교육의 변화 등이 긴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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