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같은 진단
김현종 교섭본부장 인터뷰
“미·중 어느쪽도 굴복 안할 것”
SK는 해운 매각 진행중
“보호무역 확산, 물류서 손뗄 것”
일시적 파고 아니다
무협 “미·중 충돌 격화에
최대 위험노출 국가는 대만
2번째가 한국”
대외경제연 “한국 생산감소
최대 32억6천만달러” 추정
개별 수출엔 오히려 기회
미·중 두 시장서 각각
중국산과 미국산 수입 줄면
한국산 수출 기회 발생
중국과 경합 상품 수출증가 기대
김현종 교섭본부장 인터뷰
“미·중 어느쪽도 굴복 안할 것”
SK는 해운 매각 진행중
“보호무역 확산, 물류서 손뗄 것”
일시적 파고 아니다
무협 “미·중 충돌 격화에
최대 위험노출 국가는 대만
2번째가 한국”
대외경제연 “한국 생산감소
최대 32억6천만달러” 추정
개별 수출엔 오히려 기회
미·중 두 시장서 각각
중국산과 미국산 수입 줄면
한국산 수출 기회 발생
중국과 경합 상품 수출증가 기대
“미국·중국 무역분쟁은 앞으로 수십 년 갈 것이다. 서로 상대가 먼저 굴복할 것이라고 오판하는 것 같다. ‘관세를 부과하면 실탄이 더 적은 중국이 쉽게 백기 들고 굴복하지 않을까’라고 오판하는 것 같은데,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면서 (옛 지위를) 복위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정서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는가 싶다. 또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중국 무역제재 이면에는 중국의 부상에 불안감을 갖고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 백인 중산층의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여야가 따로 없이 광범위한 미국인들이 지지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지난 9월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양국 정상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 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언론브리핑을 하면서 꺼낸 말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국지적으로 이는 파도가 아니라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지속될 조류”로 읽고 잘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12일과 20일에도 수출 관련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상호간에 기술·산업·금융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제국의 충돌”이라고 진단하며 “격화하는 미-중 무역분쟁을 뉴노멀(New normal)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은 구조적 갈등이라는 것이다.
양국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결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치킨게임 보복전략(Tit-for-Tat)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 게임은 한 경기자의 행동에 대해 상대방 경기자가 같은 행동으로 보복대응하는 전략이다.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게임이 반복될 경우, 협력적 ‘균형’ 상태가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각각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펴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므로 어느 쪽이든지 굴복이나 전략수정 등 다른 선택을 할 유인이 없는, 이른바 ‘보복 균형’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무역 개방’과 ‘세계화’는 의심할 나위 없는 대세였다.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각종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교역에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발 자동차 전쟁, 보호무역을 위한 무역전쟁, 반세계화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규범으로 제시되고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 SK해운 매각이 의미하는 것…
에스케이(SK)그룹은 최근 에스케이해운을 토종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해운사업 포기는 업황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해운업이 보호무역이 확산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에스케이그룹 관계자는 “에스케이해운이 전세계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사업(LNG 및 벙커씨유)을 많이 해왔으나 세계 교역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벙커링에서 적자를 많이 내고 있고,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에 완전히 손을 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부터 미-중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세계교역 전망치도 일제히 수정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교역(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량 기준)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 4월 5.1%에서 7월엔 4.8%로 낮췄다. 2019년 전망치도 지난 4월 4.7%에서 7월에 4.5%로 수정했다.
■ 세계화와 그 불만
지난 한 세대 동안 글로벌화가 질주하면서 세계화에 깊숙이 편입된 한국경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화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주변국과 세계경제의 희생을 요구하는 ‘근린궁핍화 정책’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 중산층·노동자 등 선진 경제에서 세계화의 혜택보다는 ‘불만’이 정치적으로 표출되면서, 보호무역과 수입규제 흐름은 이제 트럼프 체제라는 변수를 넘어 이른바 ‘상수’로서 장기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엘지(LG)경제연구원은 “내년에 전세계적으로 무역제재가 올해보다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경기와 글로벌 무역제재 간에는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주요국의 경기 하강으로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는 유인이 더욱 확대된다는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중 상호 관세부과가 우리 수출과 국내 생산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한국이 글로벌 생산분업과 미·중 교역의 글로벌 가치사슬(투입산출 구조)에 기여하는 정도에 달려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우리의 수출 둔화로 한국의 산업생산 감소액은 18억3천만달러(미국의 제3차 중국산 제품 10% 관세부과시)에서 최대 32억6천달러(25% 관세 부과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 미-중 분쟁은 기회요인이기도…
미-중 양국이 상호 관세폭탄이란 똑같은 방식과 규모로 맞보복에 나서면서 양국 무역 갈등의 영향은 가해국과 피해국에만 그치지 않고 미국·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주변국으로 파급된다. 한국의 미국시장 수출 의존도(한국 명목GDP 대비 수출액)는 4.5%(2017년)이고, 한국 전체 수출 대비 미국시장 비중은 12.0%다. 우리의 중국시장 수출 의존도는 9.2%이고, 전체 수출 대비 중국시장 비중은 24.8%다. 양국을 합산한 수출 의존도는 멕시코(29.1%), 대만(21.8%), 캐나다(20.4%), 말레이시아(15.8%)에 이어 한국 순이다.
세계산업연관표(WIOD, 2014)를 보면, 대중국 전체 수출 중에서 미국을 최종 귀착지로 하는 비중은 대만(6.5%), 한국(5.0%), 일본(3.8%), 독일(2.0%) 순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78.9%(2017년)에 이른다. 무역협회는 무역경로를 볼 때,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자국 경제가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는 대만이고, 두번째가 한국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는 ‘다른 모든 조건은 불변’이라고 가정하고, 미국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치열한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의 개별 수출제품에는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동태적 분석도 배제한 채 이뤄진 것이다. 미·중 두 시장에서 각각 중국산과 미국산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한국산의 수출 기회가 발생하는 ‘무역전환 대체효과’도 생기는 셈이다. 미국의 제3차 대중국 제재품목 중 중국과 경합하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인쇄회로 기계, 냉장·냉동고, 타이어, 자동차부품 등)에서 수출 증가 효과도 기대된다.
어느 경제든 ‘수출의존 경제’는 항상 바깥 태풍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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