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은 친일파 이인직이 쓴 <혈의 누>다.
혈(血)은 몸에 흐르는 피, 누(淚)는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다. ‘혈의 누’는 일본어 ‘血の淚’를 번역했다.
일본어는 명사와 명사를 연결할 때 노(の)를 꼭 쓴다. 우리나라 문법으로는 ‘혈루’가 맞다. ‘피눈물’이 훨씬 간결하고 가슴에 와닿는다.
이렇게 일본 영향을 받은 ‘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3·1독립선언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새 문물을 받아들인 지식인이 일본글에 익숙하다보니 일본어투 표현을 많이 썼다.
일본어투에서 벗어나라. ‘의’와 전쟁을 선포하라. 그래야 당신 글이 ‘살아 있네’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