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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정도경영’ LG의 탈선…총수일가 10년간 탈세 거래 연루

등록 2018-10-10 05:00수정 2018-10-10 14:01

LG 총수일가 14명 탈세혐의 기소

친척 30명·재단 2곳 지분 45% 보유
경영권 유지위해 지분 사고팔면서
사전에 주식 가격 정해놓고
양도세 할증 피하려 장내거래 고수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2명도 기소
회사 개입…총수 책임 피할수 없어
엘지(LG)그룹 총수 일가 14명과 지주회사 재무팀 직원 2명이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156억원 탈세 혐의로 기소됐다. 경영권 유지를 위해 대주주 및 친인척끼리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다가 적발된 것이다. 그동안 큰 잡음 없이 그룹을 유지해 재벌 지배구조의 모범으로 거론돼 온 엘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10여년 동안 무슨 일이?…조직적인 탈세 지분 거래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 미정씨 등 14명의 총수 일가와 엘지의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등 모두 16명을 탈세 혐의로 기소했다. 두 팀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14명은 탈세 지시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만 약식 기소했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로 이 수사에 나섰고, 지난 5월 초 엘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9일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엘지 일가는 2007년부터 10여년간 지주회사 ㈜엘지와 엘지상사 주식 수천억원어치를 102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거래했다. 구본무 당시 회장과 그의 동생, 사촌 등 총수 일가가 각각 보유한 주식을 수천~수십만주씩 주고받았는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간 지분 거래는 거래액(넉달치 평균가격)에 20%를 할증한 금액(경영권 프리미엄 반영)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해야 하는 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63조)을 지키지 않은 혐의다. 장내가 아닌 장외 거래를 하면 매매 당사자가 드러나기 때문에 세금 할증을 피할 수 없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 사실을 숨기려 의도적으로 장내 거래를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2013년 11월, 엘지는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장녀 연경씨가 보유한 ㈜엘지 주식 27만주를 구 전 회장과 구광모 회장에게 넘기기로 했다. 엘지 재무관리팀장 하아무개는 엔에이치(NH)투자증권을 통해 11월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동안 연경씨 지분을 각각 5만5천~7만5천주씩 쪼개 네차례에 걸쳐 매도 주문을 냈다. 동시에 구 전 회장과 구광모 회장 이름으로 같은 양을 인수하는 주문을 냈다. 결국 연경씨가 11일 매도한 주식 7만5000주를 구 전 회장이 2만4812주, 구광모 회장이 9353주 매수했다. 12일 매도한 7만1000주 중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2만8404주, 구 전 회장이 1만4289주를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연경씨는 4억1931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당시 ㈜엘지 주식은 주당 6만원 꼴로, 27만주는 162억억원어치에 이른다. 엘지 주식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만~30만주였음을 고려하면, 연경씨가 매도한 양은 하루 거래량의 20~50%에 해당한다. 당시 엘지 주식은 나흘 연속 하락했다.

검찰은 엘지가 이런 매매 방식을 쓴 이유로 양도세 포탈과 더불어 통정매매 적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정거래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사전에 가격을 정해 놓고 장내에서 일정 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을 교란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부작용 때문에 자본시장법(178조)으로 금지하고 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엘지의 이런 매매 방식을 묵과할 경우, 양도세 탈루뿐만 아니라 탈법 상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주식의 경우 할증을 포함해 상속세율이 60%지만, 현금은 상속세율이 50%다. 이런 방식으로 주식을 자식에게 미리 넘기고 나중에 현금을 상속한다면 10%포인트의 세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엘지 쪽은 “시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동시에 매수매도 주문을 했다”며 “대주주의 주식거래 내용을 줄곧 공시해왔다. 액수도 1인당 1년에 1억원 꼴인데, 세금을 의도적으로 줄이려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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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주주 특수관계인만 30여명…총수 책임 피할 수 없어

엘지의 ‘탈세 거래’ 관행은 2003년 지주회사 전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초에는 구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와 친인척 70여명이 엘지 지분 44%를 함께 보유했다. 일종의 가족 공동 소유 구조다. 지난 9월 현재 엘지는 구광모 회장 등 일가친척 30명과 재단 2곳이 지분 45%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엘지가 자체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필수 지분율을 46~48%로 정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주식은 외부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특수관계인간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지의 ‘탈세 거래’에는 전 총수인 구 전 회장은 물론 현 총수인 구광모 회장, 구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부회장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분을 매입하기만 해, 검찰의 기소 대상에선 제외됐다. 그러나 이들의 지시로 움직이는 지주회사 재무관리팀이 실무를 총괄했다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엘지 쪽은 “국세청과 검찰이 과거와는 다른 과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엘지 관계자는 “대주주가 상장 주식을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장중에 시세대로 매각하고, 그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며 “과세당국이 할증된 가액으로 신고했어야 한다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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