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하도급거래가 바뀌지 않으면 정부가 자동차 부품업체에 자금을 지원해도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중소기업은 살리지 못하고, 완성차업체와 1차 협력사의 주머니만 채워주게 됩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디에이치테크의 한태규 대표는 23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다스와 가족회사인 아이엠의 ‘갑질’ 횡포를 고발하면서, 정부가 위기에 빠진 자동차 부품업계를 살리려면 먼저 불공정 하도급거래부터 근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디에이치테크는 20011년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인 다스와 가족회사인 아이엠에 차량용 시트 뼈대를 공급해온 중소기업이다. 거래구조가 현대차→다스→(아이엠→)디에이치테크로 이어져, 현대차의 2차 또는 3차 협력사인 셈이다. 아이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씨가 최대주주였던 회사로, 사실상 다스의 가족회사다. 디에이치테크는 지난 19일 국민신문고에 다스와 아이엠의 ‘갑질’을 신고했고, 공정위는 법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신고 내용은?
“정상적으로 납품단가를 정하는 대신 70% 수준에 불과한 가단가(임시단가) 장기간 적용, 금형개발비를 안주고 납품단가에 떠넘기기, 중량에 미달하는 원소재(철판) 공급, 거래업체 무단변경, 어음 고의 부도처리, 계약서 미교부 등 각종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다. 우리 같이 힘없는 중소기업의 요청은 전혀 듣지 않는다.”
-지난 9월 그동안 갑질행위에 대한 손실보전에 합의했다고 하는데?
“적자 누적으로 회사 문을 닫고 부품공급을 중단할 상황이 되니까 다스와 아이엠이 25억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다스가 발행한 전자어음에 대해 지급정지 조처를 해 만기(10월 중순)가 되어도 현금화를 못했다. 부품을 계속 공급하면서 합의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돈도 못받으면서 왜 부품을 계속 공급하나?”
“부품공급 중단으로 다스와 아이엠의 생산라인이 멈추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생산라인이 멈추면 나중에 큰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지금도 다스와 아이엠은 디에이치테크가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공갈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고 억지 주장을 편다.”
최근 들어 자동차 1차 협력사들이 2차 협력사의 ‘갑질’ 고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갈협박 혐의’(부품공급 중단 사유)로 고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 2차 협력사인 태광공업은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로부터 오랜 ‘갑질’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5월 50억원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나, 부품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공갈협박 혐의로 고발돼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오영중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이 중소기업의 갑질 호소는 외면한 채 오히려 공갈죄로 처벌하는 선례를 남겨서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지엠(GM)에도 부품을 공급하는데, 그쪽 사정도 같은가?
“전혀 다르다. 지엠은 신차를 개발할 때는 먼저 금형 개발비와 부품 공급가격을 결정한다. 금형 개발에 착수하면 먼저 30%의 선급금을 주고, 개발이 끝나 승인을 받으면 나머지 70%도 바로 지급한다. 부품도 약속한 가격대로 공급한다. 반면 다스와 아이엠은 금형 개발비와 부품 공급가격도 정하지 않고 금형 개발부터 요구한다. 금형 개발비도 주지 않고 부품가격에 떠넘기는데, 부품가격도 가단가를 적용한다. 새 차종이 나오면 다시 가단가를 적용해 생산하고, 자금이 부족하면 대출로 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회사가 위기에 빠진다.”
-다스는 누구 소유인가?
“자동차업계에서는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