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물걸레청소기 아너스 ‘기술 도둑질’ 5억 과징금

“하도급업체 기술 경쟁업체에 넘겨
기술유용사건 사상최대 과징금”
대표 등 임원 3명도 검찰 고발

자료:공정위

유명 물걸레청소기 생산업체가 중소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했다가 법률상 최대한도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피해 중소기업은 손실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도 준비하고 있어, 중소기업을 울리는 ‘고질병’으로 불리는 기술자료 유용행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24일 전동 물걸레청소기 생산업체인 ’아너스’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한 뒤 경쟁업체에 넘겨 유사 부품을 개발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제공받은 견적가격과 유사부품 샘플을 이용해 기존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대폭 내린 것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아너스와 정평화 대표 등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아너스는 텔레비전 홈쇼핑과 인터넷을 통해 물걸레청소기를 판매하는 업체로, 2012~2017년 6년간 판매량이 110만대(시가 1천억원)에 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아너스는 청소기 부품인 전원제어장치를 납품하는 하도급업체가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거부하자, 2016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전자회로도’ 등 기술자료 7건을 경쟁업체들에 넘겨 유사제품을 납품하도록 했다. 아너스는 경쟁사들이 제출한 견적서와 유사부품 샘플을 활용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모두 20% 인하했다. 하도급업체는 영업이익률 2%대를 유지하다가 납품단가의 대폭 인하로 영업손실이 우려되자 2017년 8월 납품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8.5%를 기록하며 적자로 반전했다.

아너스는 또 2015년 5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9차례에 걸쳐 가격 적정성 검토, 제품 검수 등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하도급업체로부터 18건의 기술자료를 받았다. 공정위는 아너스가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내리기 위해 기술자료를 요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범정부 차원에서 ‘기술유용 근절대책’을 발표한 뒤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유용사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처리한 첫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아너스에 부과된 과징금은 기술유용 사건 중 최대 규모다. 공정위가 앞서 기술유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은 두산인프라코어 사건(올해 7월) 3억7천만원, 엘지화학 사건(2015년 8월) 1600만원이었다. 공정위는 기술유용처럼 법위반 관련 매출액을 특정하기 곤란한 사건에 적용하는 정액 과징금의 최대한도를 지난 18일부터 10억원으로 높여, 앞으로 유사사건의 과징금 부과액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또 피해 하도급업체가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필요한 자료의 법원 제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