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성능 저하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애플에 과징금을 매긴다는 내용의 이탈리아 공정위 결정. 이탈리아 공정위 누리집 캡쳐.
삼성전자와 애플이 구형 스마트폰의 성능을 부정하게 떨어뜨린 책임을 물어,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받았다. 애플은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성능 고의저하 의혹이 일었고 배터리 교체 비용을 보조해 주기도 했으나, 삼성전자의 경우 이런 혐의가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는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애플에 각각 500만유로(약 65억원)와 1000만유로(약 129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공정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불공정한 상업적 관행을 적발했다”며 “두 회사는 스마트폰에 적절하게 지원되지 않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도록 소비자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주거나, 기기의 완전한 성능을 회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공정위는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런 방법으로 기기 교체를 가속화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공정위가 문제 삼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와 애플 아이폰6다. 이탈리아 공정위는 “삼성전자는 2014년 9월 출시된 갤럭시노트4 사용자들에게 2016년 갤럭시노트7에 적합하게 개발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최신 버전(마시멜로)을 설치하도록 강하게 권고했다. 그러나 신형 소프트웨어가 야기할 심각한 성능 저하나, 이런 성능 저하와 결부된 보증 범위 밖의 높은 수리 비용에 대해 공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6 사용자에게 적절한 고지 없이 아이폰7을 위한 운영체제를 설치하도록 권고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탈리아 공정위는 애플이 배터리의 평균 지속 기간, 결점, 올바른 유지 방법 등 리튬 배터리의 특성과 관련한 정보를 주지 않은 책임도 물어 삼성전자의 2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렸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공정위 결정을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갤럭시노트4의 성능을 떨어뜨릴 목적의 어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공표한 적이 없다”며 “이번 결정에 항소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기교체 가속화를 위해 고의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했다기보다, 업그레이드의 부작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기기교체 가속화 효과를 야기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비자 정책의 문제라는 것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