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단일 품목으로는 세계 최초로 연간 수출액 1000억달러(지난 16일 기준)를 돌파했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3분기(7~9월) 매출?영업이익?순이익에서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끌어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3분기 1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제11회 반도체의 날’인 25일 에스케이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암울한 향후 전망과 함께 연중 최저치 주가를 기록했다. 전날(현지시각 24일) 반도체 등 기술주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폭락한 것도, 역대 최대 실적의 바탕이 된 반도체 슈퍼호황이 꺾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이날 올 3분기에 매출액 11조4168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 순이익 4조6922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도 56.7%로 사상 최고치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567원의 이익을 낸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5일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내용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17조5000억원의 영업이익 중 4분의 3인 13조3000억원을 반도체 부문에서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 52.8%에서 53~54%로 올랐다.
이날 저녁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성윤모 장관과 박성욱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SK하이닉스 부회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1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반도체?부품 강국인 미국·일본·독일 등이 이루지 못한 연간 단일 부품 수출액 1000억달러를, 한국은 반도체로 달성했다.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한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지난 1년간 가장 낮은 6만4700원(-3%)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도 주당 4만1000원으로 3.64% 빠졌다. 역시 52주 최저가다. 반도체 고점 논란이 강화되면서 4분기부터는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결정적이었다. 그동안 반도체 공급을 앞섰던 수요가 불확실해지고, 중국 반도체 출시 등이 본격화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다. 특히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디(D)램 시장의 경우, 그동안 가격 상승세를 유지해 왔으나 4분기부터는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 메모리의 경우 3분기부터 가격 하락이 가속화하는 추세다.
징조는 구체화하고 있다. 관세청이 이달 1~20일 집계한 수출입 동향을 보면, 반도체 수출(금액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올 들어 매달 30~40%를 웃돌던 증가율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달 들어 조업일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일 늘었지만 반도체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상당한 후퇴라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금리 상승 등 거시 경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면서 수요 불확실성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 기술주 및 반도체주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주가는 24일(현지시각) 8.25%나 폭락했다. 미국 증시 효자종목이었던 넷플릭스(9.4%)와 아마존(5.91%), 알파벳(5.20%), 애플(3.42%) 등 대형 기술주들도 줄줄이 급락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급 부족을 바탕으로 2016년 형성된 반도체 버블이 방향을 틀었고, 올 4분기부터는 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공급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2020년부터는 반도체 경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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