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간소비(실질)는 2.6% 증가해 2015년 이후 이뤄진 꾸준한 회복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지수(불변)는 1.9% 증가하는데 그치며 전년(2.6%)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소비가 늘면 서비스업 경기도 회복된다’는 상식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난 데는 민간소비에 포함되지 않는 ‘외국인의 국내소비’가 끼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박종호·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외국인 국내소비의 변동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이후 경기와 서비스업이 ‘민간소비’보다 ‘국내소비’와 더 밀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소비는 우리나라 사람이 국내와 해외에서 한 소비를 더한 개념이다. 반면 국내소비는 우리나라 사람과 외국인의 국내에서 한 소비를 더한 지표다. 즉, 민간소비에는 우리나라 사람의 외국 소비는 포함되지만, 외국인의 국내소비가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민간소비는 2.6% 증가한데 반해, 국내소비는 전년(2.5%)보다 낮은 1.7%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외국인 국내소비가 한해 전보다 27.9%나 감소한 영향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국내소비가 전체 국내소비에 끼치는 영향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도 2%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내국인의 국내소비가 큰 변화없이 꾸준한 데 반해 외국인 소비는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서 2009년 1분기에는 내국인 소비가 2.7% 감소했지만 외국인 국내소비가 151.8%나 증가하며 국내소비 지표 부진을 만회했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외국인 국내소비는 여행자들의 특성상 여력에 따라 씀씀이를 줄이거나 늘리기 쉬운데다 지난해 사드 배치와 같은 이벤트들이 더해지면서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최근 국내 소비 증가율 변동에 대한 기여율이 44.7%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서비스업 둔화는 환율 등 경제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외국인의 국내소비 부진이 영향을 끼친 경우다. 통상 환율 상승률이 1%포인트 내리면 외국인 국내소비 증가율은 2.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환율 요인만 놓고보면, 서비스업 부가가치는 2.5% 늘고 음식·숙박업 부가가치는 0.6% 정도 감소해야 했지만, 실제로 서비스업 부가가치는 2.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음식·숙박업 부가가치는 2.2%나 줄었다. 사드배치 문제로 인한 이례적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한해 전보다 55.1%나 감소했다. 이 여파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도 25.2%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들어 다소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2016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소비와 서비스업 경기 상황은) 국내 소비관련 산업도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고 한·중 관계 등 경제 이외의 충격에 취약해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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