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올해 예산보다 9.7% 증가한 내년도 ‘슈퍼 예산안’을 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예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예산을 두고 야당은 ‘퍼주기 예산’이라며 송곳 심사를 벼르고 있지만, 여당은 포용국가를 위한 ‘민생투자’라고 방어하고 나섰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일부터 법정 처리 기한(12월2일)까지 한달간 내년 예산안(470조5천억원)을 본격 심의한다. 이날 내년도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고, 5~6일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 뒤 경제부처 예산 심사(7~8일)와 비경제부처 예산 심사(9·12일)가 잇따라 진행된다. 15일부터는 소위의 ‘핀셋 심사’가 가동된다. 이 심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일자리 예산, 남북경제협력 관련 예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철학을 담아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일자리 창출에 23조5천억원을 배정했다. 올해(본예산)보다 22% 증가한 규모다. 일자리 예산에는 중앙직 공무원 2만1천명을 충원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 4천억원과 더불어 청년추가고용장려금(7135억원), 취약계층 일자리 확충(2조4476억원) 등이 들어가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인 소득주도성장에 반대하는 보수 야당은 ‘재정 일자리’가 실효성이 없다며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고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9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올해 일자리 예산도 집행률이 매우 저조한 상태인데 이는 재정 일자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그런데도) 민간 일자리 확대 노력은 하지 않고 단기 알바성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 예산의 효과가 전혀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 일자리 예산 23조원을 거액으로 편성하기에 앞서 지난 1년간 편성해 집행된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이 효과가 없었다는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면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중앙직 공무원을 1만5천명 늘리도록 올해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국회에서 3분의 1이 삭감돼 9475명을 충원하는 데 그쳤다. 이에 여당은 “막무가내식 예산 발목잡기는 경제 발목잡기이고 민생 발목잡기”(홍영표 원내대표)라며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남북협력기금 1조1천억원을 포함한 남북교류 관련 예산과 가계동향조사 개편을 위한 통계청 예산 129억원을 두고도 여야가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5044억원을 편성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에 방점을 찍은 예산이다. 하지만 야당은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반대하는데다 ‘비핵화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북한 퍼주기’라고 비판한다.
통계청이 내년에 가계동향조사를 소득과 지출 통계로 재통합하기 위해 예산을 증액한 것과 관련해서도, 자유한국당은 이미 국정감사에서 “통계 왜곡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전액 삭감을 공언했다. 가계동향조사는 지난해 폐지 수순을 밟다가 국회에서 예산 28억5천만원이 책정돼 되살아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표본 수가 많이 바뀌어 시계열로 비교하는 데 부적절하다는 통계 신뢰도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통계청장이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정은주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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