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일 김영배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을 회삿돈 2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김 전 부회장이 회삿돈을 자녀 유학비로 쓰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고발 조처에 나섰다.
이밖에도 탈세 등 경총 운영과 관련한 9건의 문제점이 발견되어 경총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잘못 사용된 사업비는 돌려받기로 했다.
김 전 부회장의 비리 의혹과 경총 회계 문제는 지난 7월부터 <한겨레> 보도로 폭로되어 고용부는 9월부터 조사에 나섰고 국세청은 현재 경총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고용부가 발표한 ‘경총 지도·점검 결과 발표’ 자료를 보면, 김영배 전 부회장은 회삿돈을 본인 자녀의 해외 유학자금으로 썼다. 김 전 부회장 자녀의 유학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졌고, 이 기간 동안 약 1억원의 회삿돈이 유학 비용으로 쓰였다. 고용부는 이를 형법 제355조에 따른 횡령 및 배임으로 보고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김 전 부회장은 고용부 조사에서 해당 내용이 드러나자, 경총의 학자금 규정상 지급 가능한 최대 금액인 4000만원을 제외하고 6000만원을 경총에 반납했다.
회삿돈인 업무추진비를 아무 증빙없이 1억9000만원이나 쓴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부회장 등 경총은 이를 상품권 구입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품권을 구입했다는 영수증이나 상품권 사용처에 대해서는 증빙을 못했다. 고용부는 이 역시 횡령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김 전 부회장은 1억9000만원 전액을 경총에 반납했다.
김 전 부회장은 정부 용역 사업에서 사업비를 착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용부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경총 직원 일부는 <한겨레>에 “김 전 부회장이 엔시에스(NCS·국가직무능력표준) 등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서 직원 몫인 수당을 유용했다”고 증언했다. 류기정 현 경총 전무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정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김 전 부회장에게 최고경영자로서 보이지 않는 기여를 인정해, NCS 사업의 수당 일부를 줬다”고 말했다가 번복한 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고용부는 김 전 부회장의 횡령 등 개인 비리 의혹 2건 외에, 경총의 법인 운영과 관련해 3건, 정부 용역 관련한 문제 5건 등을 추가로 적발했다. 특히 김 전 부회장 등 경총 비자금의 원천으로 지목돼 온 직원 몫 특별상여금 67억원과 관련해 영수증 등 증빙 자료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소득세 등 미납 세금 5억4000만원을 납부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경총은 특별회계와 정부 용역사업 비용 처리 등을 총회와 고용부에 보고하지 않고 세금 3억7000만원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총이 골프회원권을 재산 목록에 기재하지 않고 일부 임원만 사용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경총은 “감사결과에 대해 충실히 시정조치해 나갈 것이며 7일 이사회를 통해 회계·예산 혁신 방안을 확정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조직운영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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