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육이나 의료비 지원 등 정부가 현금이 아닌 직접 복지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회적 현물이전 소득’이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을 연간 523만원 끌어올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 복지를 포함하면 소득분배 여건은 전반적으로 나아졌지만 선진국에 견줘서는 여전히 분배 개선 효과가 미흡한 수준이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적 현물이전을 반영한 소득통계 시험작성 결과’를 보면, 2016년 기준 사회적 현물이전 소득은 평균 466만원으로 이를 반영한 ‘조정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44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구 소득을 각 가구원 1인당 소득으로 환산한 균등화 개인소득을 기준으로 한 액수다.
통계청은 그동안 일을 해서 벌어들인 ‘시장소득’과, 여기에서 세금 등을 빼고 기초연금 같은 정부의 현금지원을 더한 ‘처분가능소득’만 매년 말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공개해왔다. 이번에는 처분가능소득에 ‘사회적 현물이전 소득’을 더해 처음으로 ‘조정처분가능소득’을 집계했다. 초·중학교에서 받는 무상교육, 의료보험을 통해 받는 진료비 절감분 등 각종 복지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해 계산에 넣었다는 의미다. 이런 현물 복지 혜택은 처분가능소득(2974만원)을 15.7%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현물 복지를 포함하면 소득불평등도가 상당 수준 개선된다. 소득이 적고, 복지혜택을 많이 받는 저소득층에서 현물 복지의 소득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소득 하위 20%(1분위)의 경우 사회적 현물이전 소득은 523만원에 이르러 처분가능소득을 59.8% 늘렸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에서 이 소득은 처분가능소득을 6.5% 증가시키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조정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도 0.307로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0.357)보다 13.9% 개선됐다. 지니계수는 0~1 사이 수치로 불평등도를 나타내는데 이 수치가 클수록 불평등도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의료 부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컸다. 다른 현물이전은 빼고 의료 부문 현물이전만 감안하면 지니계수는 7.3% 개선된다. 현물복지 규모가 가장 큰 교육(5.8%)에 견줘서도 개선효과가 크다. 교육복지가 특성상 자녀가 있는 가구들에 소득계층과 상관없이 적용되는 반면, 의료복지는 주로 저소득 고령층에 집중돼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현물이전 소득 규모나 소득재분배 효과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7개국(2007년 기준)의 현물이전소득을 통한 처분가능소득 증가 효과는 평균 29%로 우리나라(15.7%)보다 높았다. 또 오이시디 국가의 경우 현물이전소득을 반영하면 지니계수가 20%까지 감소해, 우리나라(13.9%)보다 현물이전소득이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컸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아직 우리나라 현물이전 수준은 오이시디 국가들에 미치지 못한다”며 “의료나 교육 쪽은 그나마 낫지만 보육, 공공주택 등 다른 분야에서는 현물이전 규모가 적어 소득재분배 효과도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교육·보육·공공임대주택·국가장학금·기타바우처 등 6가지로 나뉘는 현물복지 가운데 의료(38.4%)와 교육(52.8%)이 9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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