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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중 무역분쟁, 트럼프가 ‘협상’으로 선회하는 까닭은?

등록 2018-11-05 16:08수정 2018-11-05 16:42

중국산 보복관세에 미국소비자 반대
소비자물가 앙등 우려…미국 기업도 반대
7월 무역전쟁 개시 이후 ‘딜레마’

오히려 대중 무역적자 더욱 심화
트럼프로선 ‘정치적 부담’ 날로 커져
중국도 수출 타격 본격화…부담감
<한겨레>신문 자료.
<한겨레>신문 자료.
미국과 중국이, 지난 7월 이후 날로 격화돼온 무역전쟁에서 이제 출구를 모색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중대한 변곡점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략 변경을 꾀하고 있는 배경에는, 보복관세 전쟁에 대한 미국 소비자와 기업 쪽의 반대, 그리고 관세보복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악화중인 대중국 무역적자가 놓여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역분쟁 개시 이후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판도가 애초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자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청구서’를 일단 접고, 관세를 위협 무기로 앞세워 달성하고자 했던 ‘진짜 목적’을 합의안에 담기 위한 협상에 나서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전격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미-중 무역분쟁이 ‘타협 분위기’로 극적인 반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각) “중국과의 위대한 합의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이후, 2일에도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중국과 합의할 것이다. 모두를 위해 매우 공정한 합의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뭔가를 하는 데 훨씬 더 가까워지고 있다.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오는 29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회담을 갖고 양국 무역분쟁국면 타협을 시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안 초안 작성을 지시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7월 초부터 보복과 맞보복이 오가면서 포화가 점점 거세진 양국 무역분쟁이 돌연 타협국면으로 전환되는 양상으로 바뀐 배경은 뭘까? 그 한 가지 이유는, 정작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보복관세부과에 반대하거나 저항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7일 중국산 수입제품(총 2670억달러 규모)에 대한 제4차 관세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작년 미국의 중국산 제품 총수입액(5056억달러) 가운데 지난 1~3차 관세부과 대상(약 2400억달러)을 제외한 나머지 2670억달러 품목에 대해서도 보복관세 조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4차 보복 실행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크다. 제4차 관세 대상품목은 중국산 저가 소비재 품목들이 많아 미국 소비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체 제4차 관세부과 대상품목 중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4.4%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최근 펴낸 <해외경제포커스>에서 “4차 추가관세 대상은 소비재 품목 위주여서 소비자물가를 앙등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대중국 통상압력을 추가적으로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보고서에서, 미국이 지난 9월 중국산 수입품(총 1905억달러 규모)에 대해 제3차 관세부과를 실행할 때 보복관세율을 10%(올해 말까지 10%, 내년 1월부터 25%로 상향)로 일단 낮춰 적용한 것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소비자물가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기업이 싼 값에 수입해 쓰고 있는 중국산 중간재·자본재 품목들이 관세부과에 포함되면서 일부 미국 기업들이 ‘향후 생산비용 상승’을 우려해 추가관세에 오히려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9월 7일 애플과 휼렛패커드(HP) 등 미국 정보기술기업과 소매업협회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관세부과 반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앞서 미국의 IT기업 경제단체인 정보기술산업위원회는 미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보다는 세계무역기구(WTO)제소가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통상당국을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빠져들게 하는 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보복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이 오히려 더 많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6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제1차 보복관세 이후 미국의 대중국 월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더 확대돼, 지난 3월 222억달러에서 지난 8월 311억달러로 늘었다. 중국의 대미시장 수출 증가율은 지난 4월 전년동월 대비 9.6%에서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 9월엔 14.0%로 증가했다. 무역협회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 수출은 여전히 계속 증가하는 반면, 미국산 제품의 중국시장 수출액은 지난 3월 154억달러에서 8월엔 126억달러로 오히려 줄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대미 주요 수출품목은 전기기기 및 화학공업제품을 중심으로 일제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간 수출입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는 팩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를 완전히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국도 수출경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신영증권은 5일 낸 ‘미-중 무역분쟁 점검’ 리포트에서 “제3차 대중국 관세부과 품목에 대해 미국이 과연 내년 1월부터 관세율을 25%로 상향조정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중국당국으로서는 자국 수출기업을 위한 위안화 가치 절하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7위안에 이미 근접해 추가절하 여력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향조처가 실행될 경우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이번 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둔화돼 둔화폭이 3%포인트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에 따라 내년 중국 실질국내총생산 성장률이 6.5%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의 미-중 무역분쟁 타협 분위기는 대화를 재개하자는 신호탄 정도일뿐이며, 합의 기대감이 완연히 커진 건 사실이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여전히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무역분쟁 본격화 이후 중국 수출증가율 전망치를 올 3분기 9.1%(연율·각 금융기관 중간값)에서 내년 3분기 4.5%로 대폭 낮췄고, 중국시장 수입증가율도 올 3분기 15.6%에서 내년 3분기에 5.8%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로 상대방이 각각 포기할 수 없는 제조업 생산기지이자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서는 둘다,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증시 추락과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를 고려해 분쟁 확대보다는 타협 쪽으로 이동할 유인이 높아진 셈이다. 지난 4개월간 지속된 ‘관세 지원포격’으로 조성된 양국간 힘의 우열구도를 이제 실제로 양자 무역협정문에 반영하기 위한 협상국면으로 이행시키려고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 향후 타협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게 될 것인가? 오는 29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 일괄타결까지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복관세 위협의 최종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요구사항이 매우 애매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이런 대목이 양국 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려온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대중국 보복관세 그 자체가 트럼프 통상당국의 목적은 아니다. 보복관세는 미국의 글로벌 무역수지 적자의 60.8%를 차지하는 대중국 적자(2017년 3357억달러: 소비재 2285억달러, 자본재 1488억달러)의 대폭 감축이라는 최종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위협 수단일뿐이다. 미국은 향후 협상에서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미국산 무기·에너지 등 재화·서비스에 대한 중국의 추가 구매 △이 추가 구매 이행을 위해 수반될 위안화 평가절상 용인 △국영 수출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및 부가세 환급 축소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에 대한 (중국의)기술이전 요구 중단 △중국 내 막대한 시설확장투자가 이뤄진 철강·반도체에서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 해소 의무 △애플(총 매출액 중 중국법인 매출 비중은 2017년 기준 19.5%), 지엠(GM·42.1%), 나이키(13.1%) 등 중국진출 미국 다국적법인을 위한 지적재산권보호 및 각종 비관세장벽 철폐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차장(통상협력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요구 수준을 낮추거나 기존 강대강 대결구도에서 방향을 틀어 바꾼 건 아닌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향후 2년내 구체적인 대미 무역흑자 감축방안을 제시하라고 중국을 압박하는 등 미국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명확한 약속을 중국한테서 받아내려 할 것”이라며 “숙제를 받은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패키지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 ”타협·합의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게임을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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