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가운데)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축의 정신이 잘 녹아 있는 개념이다. …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 경제정책 방향에 큰 틀의 수정은 없을 것임을 예고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참여정부 핵심이던 ‘변양균 라인’이면서도 박근혜 정부에서도 중용된 경제관료다. 행정고시(29회) 합격 뒤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홍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보좌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주미대사관과 복권위원회 등 ‘외곽’을 돌다 2011년에야 친정(기획재정부)으로 복귀했지만, 전공인 예산 파트 대신 대변인·정책조정국장 등의 보직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엔 정권인수위와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으로 중용됐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권 인사’로는 흔치 않게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발탁되자, 과거 상관인 변양균 전 실장의 천거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파다했다. 이후 꼼꼼한 일처리로 이낙연 총리의 신임을 얻었고, 이번 인선에서도 이 총리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는 홍 후보자에 대해 “‘물고기를 잡아 오라면 물을 퍼낸다’는 비유가 있을 정도로 성실하게 달려들어 일정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고시 공부 때부터 모범답안 정리를 잘해 고시반 후배들이 그 덕에 합격한 이가 많을 정도로 정리의 달인이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런 업무 스타일은 “일과 관련해 아랫사람들을 지나치게 힘들게 한다”는 지적으로도 이어진다.
이날 홍 후보자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친기업 행보와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시장의 우려를 잘 안다. 매주 또는 격주로 의무적으로 기업인들과 점심을 함께 할 것”이라며 “우선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데 힘을 쏟겠지만 (성장경로 유지를 위해) 경제체질을 바꾸고 구조개혁을 완수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토대를 닦은 1기에 이어)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2기 경제팀, 저희 책임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한다”며 “혁신성장이 경제성장에 중추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펌프질을 민간과 같이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시경제(재정경제부) 파트가 아닌 예산·재정정책(기획예산처) 출신인데다 본인 색깔이나 의견을 뚜렷이 드러내지 않는 무색무취한 스타일의 홍 후보자가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고 조율해 나갈 정치적 역량을 가지고 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국면 돌파에 실패해 구체적 결과물 없이 기시감 강한 재탕, 삼탕 정책만 내놓다가 빈손으로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청와대가 관료 출신 부총리에 더 무게를 실으며 기업 투자에 기대는 익숙한 관료주의적 경기부양책으로 회귀할 수 있다”며 “가계소득 확충을 통한 경제성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가 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준호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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