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문재인 정부의 2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홍남기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구조개혁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공유경제를 꼽으며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서비스라면 한국에서 못할 바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풀(승차공유)·숙박공유 등 공유경제 활성화에 2기 경제팀이 힘을 쏟을 것이라는 각오로 읽힌다.
홍 후보자는 지난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들과 ‘호프 미팅’을 열어 ‘지난달 혁신성장 및 일자리 대책에 공유경제 등 민간이 요구해온 핵심 규제 개혁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홍 후보자는 “전 세계에서 ‘테스트 베드’가 한국인데 신산업 분야에서도 과감하게, 전진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냐. (당면한 현안인) 공유경제에 관련해서 기존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화를 통해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일방적으로 민다고 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세심하게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임자인 김동연 부총리는 국회에서 공유경제 등 관련 규제 개혁에 대해 갑갑함을 호소한 바 있다. 그는 “부처 협의나 당정 협의를 말씀하셨는데, 저는 솔직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더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공유경제를 포함한 규제 개혁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공유경제가 엄청난 시장으로 가야 할 길이면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는 현재 경제 상황을 ”위기나 침체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경제 민생이 어렵고 (경제) 지표가 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엄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쉽게 개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경제가 심리라는 말을 각인하고 가능한 희망적 관점에서 접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은 8개월째 10만명대를 밑돌고, 올해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66.8%) 이후 가장 낮다. 이러한 경제 지표 부진 가운데 국내외 주요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매주 수요일 점심에 기업들과 만나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홍 후보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경제활력대책회의’로 6개월 혹은 1년간 바꿔서라도 이 분야에 진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가계소득을 높이며 분배 개선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부 정책들을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혁신이라는 것은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민간이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원하고 여러 가지 인센티브로 유인하는 것인데, (1기 경제팀이) 마중물을 줬다면 (2기 경제팀은) 민간과 함께 펌프질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사회적 대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최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탄력근로시간 확대 문제를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협력통치를 통해 신속하게 해결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홍 부총리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면 최저임금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협치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경제 영역에서 경제 부처 장관들 간, 노동계, 경영계 관련 단체 간에 사회적 대화, 빅딜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면 못 할 바도 없다고 생각한다. (부총리) 일을 시작하면 관심 갖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도 접촉 면적을 넓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야당에도 경제 상황을 주기적으로 설명하고 지적받고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가지면 어떨까 한다”며 “일 년에 한 두 번 지적받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친 영향과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는 김동연 부총리와 결을 같이했다. 홍 후보자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고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냐는 단언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부분적으로 영향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은 ‘2020년 1만원’이라는 대통령 공약이 이미 달성하기 어렵게 됐기에, 이미 속도조절에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 내년에 10.9% 각각 인상된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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