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해 2분기가 경기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경기순환에 대한 공식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통계청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강 청장은 12일 취임 뒤 첫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수치로 보면 2013년 3월 저점 이후 지난해 2분기에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일정상으로 그럴지 모른다. 그 주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몇월인가를 확정할 순 없지만 그 언저리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2분기에 정점을 찍고 수축기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다만 강 청장은 “하강이다, 아니다의 선언은 정점을 결정한 것이랑 같이 가야 한다. 아직은 하강이라고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순환기는 저점→정점→저점을 한 주기로 하는데, 통계청은 저점과 정점을 설정해 경기의 확장기와 수축기를 결정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된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이후 통계청은 정점 등 경기국면을 판단하지 않았다.
강 청장은 경기전환점(정점·저점) 판단과 관련해 “실무 작업은 몇개 지표를 더 보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잠정적으로, 그리고 내부적으로 어디가 정점일까 판단이 서면 전문가 의견을 모은다거나 국가통계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절차의 판단에 소요되는 시간이 있고, 절차에 걸리는 시간도 있다”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경기전환점을 결정할 때 우선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동행누적확산지수, 역사적 확산지수로 잠정 전환점을 설정한 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총량 지표를 이용해 이를 검증한다. 또 한국은행, 학계 등의 의견을 듣고 국가통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공식 확정한다.
경기 국면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수축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9월에는 98.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6월(98.5) 이후로 가장 낮았다. 통계청도 경기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경기 국면 전환을 공식화하려면 주요 지표의 분석과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강 청장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아니라 최근 일관된 모습을 보이니까 외부에서 질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마냥 미룰 수 없다. 물론 나중에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발표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확장기와 수축기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경기변동 폭이 작은 상태를 유지해 통계청의 경기 판단에 한층 더 관심이 쏠린 상태다. 현시점이 아직도 정점을 향해 가는 확장기인지, 정점에 도달하고 저점으로 떨어지는 수축기인지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앞서 제10순환기의 정점이 2011년 8월이라고 선언한 것은 2014년 6월이었다. 실제 정점과 공표 시점의 차이가 34개월이나 난다. 제10순환기 시작 시점인 2009년 2월을 기준으로 따지면, 64개월 뒤에 정점 공표가 이뤄졌다. 현재 제11순환기는 시작된 지 68개월이 흘렀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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