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삼성 이건희 회장이 30년 가까이 위장계열사를 숨겨오다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두차례에 걸친 동일한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어 ‘엉터리’ 또는 ‘‘봐주기’ 조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위는 14일 삼성의 동일인(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계열사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이하 서영)을 고의로 빠뜨린 것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4년반째 치료받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삼우는 형식상 삼성 임원 소유로 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1979년 3월 설립부터 2014년 8월 분할될 때까지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설립된 서영은 삼우의 100% 자회사로 삼성종합건설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삼우의 차명주주는 삼성 결정에 따라 지분매입 자금을 받아 명의자가 됐으며, 주식증서를 소유하지 않고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등 실질 주주로서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삼우는 2014년 8월 설계부문(현 삼우)과 감리부문(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으로 분할됐고, 설계부문인 삼우는 삼성물산에 인수돼 2014년 10월 삼성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차명주주들은 168억원에 이르는 주식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당금 69억원만 받고 지분을 모두 넘겼고, 삼우씨엠은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양도했다.
삼우는 또 삼성 계열사와 인사교류가 활발했고,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삼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올리며 높은 이익률을 올렸다.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삼성그룹 관련 설계를 전담한 삼우의 2005∼2013년 삼성 거래 비중은 27.2∼61.1%로 평균 45.9%였다. 2011∼2013년 매출이익률은 19∼25%에 달했다. 삼우는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지난 7월부터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삼성물산, 삼우 등을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부당지원 혐의로 조사 중이어서 앞으로 추가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2000·2009·2013년에도 공정위에 허위 지정자료를 제출한 혐의로 제재를 받은 바 있어 이번이 네번째다. 다만 이번에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와 삼우가 삼성에 계열 편입된 시점을 고려해 이 회장의 2014년 3월 공정위 신고만 법위반으로 제재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삼우·서영이 삼성 소속 계열사에서 제외된 기간에 누린 과다 세액공제, 삼성과 공동입찰 참여, 중견기업 조세 감면 등의 부당한 혜택을 환수하기 위해 국세청·조달청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위장계열사 혐의로 삼성과 삼우를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 조사했다가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2016년 10월 김상조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가 신고하자 지난해 5월 다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하반기 익명의 제보자가 1999년 공정위 조사 때 삼성과 삼우가 은폐한 증거 자료를 제출한 게 결정적 증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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