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최저임금 인상 과도했던 것 아닌가”

김동연·장하성 갈등엔 “김동연이 옳았다”
“복지 강화·증세로 소득주도성장 지속해야”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한겨레 DB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 폭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뜻을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증세와 복지를 통한 정공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이사장은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린다.

15일 이 이사장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의 의견 차이를 설명하며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 폭이 조금 과도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최저임금을 놓고 두 사람의 생각이 달랐고, 일자리 안정자금 방식으로 (인상 폭을) 보조해 주는 게 맞느냐 하는 것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저는 김동연 부총리의 생각이 좀 더 옳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이 2년간 29%가 올랐는데 적정한가’라는 물음에 “정해진 일이지만 2년간 속도가 좀 빨랐다”고 답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제가 보기에도 2년의 인상 폭은 참여정부 때보다 훨씬 크다”며 “참여정부 때 5년간 연평균 10% 정도 올랐는데 지난 2년은 각각 16%, 11%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 내년에 10.9% 인상된다. 그는 “공자 말씀대로 과유불급이다. 과도 잘못이고 불급도 잘못인데 적당한 중용을 취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의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도 그 폭이 적당한 수준일 때 ‘플러스’ 효과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이 이사장은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서민은 돈 쓸데가 많은데 돈이 없어 못 쓴다”면서 “서민에게 소득이 생기면 지출을 많이 하고 그것이 생산을 일으켜 고용, 성장을 일으키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득주도성장을 계속해야 하는데 그 주요 수단이 최저임금 인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복지 강화와 같은 더 좋은 수단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데 이대로 가면 정체된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려면 복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애 낳고 키우는 것이 큰 부담이 안 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오이시디(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우리는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연 30조원 이상 증세를 약속했는데 정부 출범 후 첫해 증세 규모가 5조5천억원이었다는 점을 꼬집으며, 그는 “지난 1년간 (정부가 증세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과 관련해서도 이 이사장은 “가진 사람들은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불로소득이 발생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고 하겠는가”라며 “사람들이 집 사고 전세 사는 데 돈을 쏟아부으니 소득주도성장도 안 되고 혁신성장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방향은 잘 잡았으나 수단이 소극적이었다”며 “문 대통령이 국내정책에 더 관심을 두고 많은 분과 소통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은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