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흑조, 올벼, 달못곳 등 한반도 토종쌀들. 임원경제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일제의 식량 수탈과 해방후 식량증산 과정에서 사라진 토종벼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토종쌀로 지은 밥도 맛볼 수 있는 행사가 펼쳐진다.
임원경제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장익순)은 12월1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맛동에서 ‘토토생 빅쇼’라는 이름으로 “토양과 토종, 생태가 어우러지는 한마당 축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후 1~7시 진행되는 이날 행사에서는 이완주 박사(토양병원 원장)의 ‘흙에서 시작하는 농사과학’,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의 ‘한반도 토종벼의 맛과 멋’, 이강협 국립수목원 연구원의 ‘생태지표 고사리와 이끼’ 강의와 함께 고사리·이끼 50종의 사진, 토종볍씨 150종의 샘플 전시회가 열린다.
행사 뒤에는 올해 수확한 북한 지역의 토종쌀 5종으로 지은 밥으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토종 쌀로 빚은 막걸리도 반주로 곁들여진다. 저녁식사에 나오는 토종쌀 5종은 평안남도의 북흑조, 함경도의 올벼, 황해도의 조동지, 평안도의 궐나도, 평안·함경도의 흑갱이다. 저녁식사는 사전 예매자(비용 3만원)에 한해 제공된다.
이완주 박사(토양병원 원장)는 이날 강의에서 토양과 비료의 상관관계, 흙과 농사 환경을 살리는 녹비, 유기농과 친환경 농업, 농사 고수가 되기 위한 지름길 등을 문답형식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이근이 대표는 1910년 당시 1451종이나 됐던 토종벼들이 일제강점기와 1970년대 다수확 품종 장려 정책으,로 사라진 배경과 역사를 설명하고 10여년 전부터 재배에 성공한 150여종의 토종벼의 특성을 설명한다. <한국의 양치식물> 저자인 이강협 연구원은 고사리와 이끼의 경이로운 생태를 소개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임원경제사회적협동조합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풍석 서유구(1764~1845)가 지은 생활백과사전 <임원경제지>에 담긴 전통생활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전통문화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로 지난해 말 정식 출범했다. 장익순 이사장은 “전통생활문화에 담긴 선조의 지혜로부터 저출산 고령화 시대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조합을 결성했다”며 “<임원경제지>의 풍부한 전통실용문화 콘텐츠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원경제지>는 서유구가 800여종의 문헌을 참고해 농업, 건축, 의학 등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113권짜리 전통생활문화 백과사전으로, 표제어만 1만8천여개에 달해 일부에선 ‘조선판 브리태니커’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유구는 전라관찰사, 이조판서 등 관직을 두루 역임하다 1806년 낙향해 파주 장단에 거주하면서 18년간에 걸쳐 백성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집대성했다.
사단법인 임원경제연구소가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15년 넘게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총 16개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까지 농사 지식을 담은 본리지, 교양·기예 부문을 다룬 유예지, 건축·도구·일용품 부문을 다룬 섬용지 등이 번역돼 출간됐다.
행사 문의는 임원경제사회적협동조합(010-7356-5683)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