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시행한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됐던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소득하위 20% 가구 소득이 전년동기대비 7%나 줄었다.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큰 폭의 감소세다. 반면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8.8% 늘어 3분기 기준 소득 격차는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벌어졌다. 고령화와 실직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충분한 역할을 못하면서 소득분배 지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 근로소득 22.6% 감소…“노동시장 이탈 영향”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소득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31만8000원으로 한해 전보다 7% 줄었다. 1분위 가구소득은 올해 1분기(-8%)와 2분기(-7.6%)에도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왔다.
가장 큰 이유는 근로소득 감소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한해 전보다 22.6%나 줄어든 48만9000원에 그쳤다. 2003년 조사 시작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주된 원인으로는 최근 고용 둔화의 타격을 받은 저소득층의 ‘노동시장 이탈’이 꼽힌다. 실제로 1분위 가구당 취업인원 수는 0.68명으로 한 해 전(0.83명)에 견줘 16.8%나 줄었고, 특히 근로자 외 가구주 가구 소득은 33.5%나 감소했다.
반면 소득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973만6000원으로 한해 전보다 8.8% 늘었다. 근로소득(730만2000원)이 11.3%나 증가한 영향이다. 1분위 가구와는 반대로 가구당 취업인원 수가 지난해 2명에서 올해 2.07명으로 3.5% 증가했고, 이들이 올해들어 큰 폭으로 이뤄진 임금상승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소득하위 40~60%(3분위) 가구의 경우 전체 소득은 414만6천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2.1% 늘었지만, 사업소득 감소폭(-11.9%)이 두드러졌다.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종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26.1%에 이르는 3분위 가구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분위 가구 소득은 크게 줄어든 반면 5분위 가구 소득은 크게 늘며,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하위 20%에 견줘 몇배인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은 5.52배로 벌어졌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3분기 기준 최대치였던 2007년과 같은 수준이다.
조세나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은 106만5천원으로 조사이후 처음 100만원을 넘겼다. 3분위 이상 고소득 가구 임금이 늘어나면서 근로소득세 등이 크게 오른데다, 공적연금 기여율과 건강보험료 인상 등이 겹친 영향이다. 비소비지출은 소득이 크게 줄어든 1분위 가구에서도 지난해 3분기보다 4.8% 증가했다. 이 때문에 1분위 가구가 실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한해 전보다 10.1%나 줄었다.
아동수당 효과 나타났지만 기초연금 효과는 미미 노동시장에서 벗어난 이들이 늘면서 저소득가구의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했지만,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은 소득재분배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 가구원 수를 1인으로 맞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봐도 1분위 가구 소득은 83만3천원으로 1.1% 감소했다. 국민연금이나 각종 복지제도 등을 포함한 공적이전소득이 21만4400원으로 21.5% 늘었지만, 근로소득(-13.9%)과 사업소득(-7%) 등 시장소득 감소분을 메우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1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한 것도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20만원 수준이었던 기초연금 상한액이 25만원으로 5만원 인상됐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3분기 조사에 9월 한달치만 반영된 데다, 가족구성원이나 국민연금 수급액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탓에 기초연금 25만원을 모두 받는 노인이 많지 않았던 영향이다. 여기에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보고, 저소득층이 받는 생계급여에서 차감하는 ‘줬다 빼앗는 기초연금’ 논란까지 여전하다. 반면 6살 미만 자녀를 둔 90% 가구에 1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일정 정도 공적이전소득 증가를 이끌었다고 통계청은 평가했다. 아동수당을 통한 소득 증가는 자녀를 키우는 가구가 주로 포진한 2~4분위 가구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고령층이 많은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양한 복지정책이 제시됐지만 정작 시장소득이 적거나 없는 1분위 가구의 소득을 끌어올릴 만한 정책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빈곤층이 받는 생계급여는 이전 정부 당시 정한 중위소득의 30% 수준에서 매년 낮은 물가상승률 수준으로만 오르도록 묶여있다”며 “중산층이 임금상승률 이상의 소득증가를 경험할 때 저소득층은 제자리에 머무르는 현재 복지체계에서는 분배 지표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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