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현지시각)과 12월1일에 아르헨티나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과 미국-중국 정상 사이의 무역분쟁 협상이 차례로 열리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의 수입규제 확산은 전세계 경제에 거대한 잠재 위협이 되고 있으며, 올 4분기에 글로벌 무역성장 모멘텀이 크게 약화중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가 26일 내놓은 ‘세계무역전망지수(WTOI)’ 보고서를 보면, 최신 세계무역전망지수는 98.6(9월)으로 8월 전망지수(100.3)보다 낮아지고 기준 추세(100)를 밑돌았다. 이에 대해 세계무역기구는 보고서에서 “지난 2016년 10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올 4분기를 포함해 향후 수개월동안 글로벌 무역(수출+수입)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밝혔다. 세계무역전망지수는 가까운 장래의 세계무역동향을 리얼타임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중기적 무역 추세를 100(기준)으로 잡고 이보다 높으면 단기적으로 무역이 성장하고 낮으면 둔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전세계 교역지수가 축소되고 있는 근본 요인은 ‘수출’부문이다. 최신 글로벌 수출주문 지수는 96.6으로, 유로존 경제위기 당시인 2012년 최저점에 이미 근접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 생산·판매지수가 96.9, 반도체 등 전자부품지수가 93.9, 곡물 원자재가 97.2를 기록했다. 세계무역기구는 “최근의 무역전망지수 하락세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주요 원인”이라며 “특히 최신 세계무역전망지수 그래프가 지난 2분기 글로벌 상품교역량지수보다 더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향후에 분기별 글로벌 상품교역량의 성장모멘텀이 지속적으로 약화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는 글로벌 무역 성장률을 작년 4.7%에서 올해 3.9%로 낮춘데 이어 내년에는 3.7%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서에서 제시했다.
직전 달과 견준 세계무역전망지수는 지난 7월 -0.3%포인트, 8월 -0.4%포인트, 9월 -0.4%포인트씩 계속해 떨어지고 있다. 수출주문지수 역시 같은 기간에 -0.5%포인트, -0.4%포인트, -0.3%포인트씩 감소했고, 선박 선적지수도 9월에 직전 달에 비해 -0.2%포인트 낮아졌다. 자동차교역지수도 지난 7~9월에 전달에 비해 -0.6%포인트~-0.8%포인트 떨어졌고, 전자(부품)기기 교역지수는 -1.9%포인트, -1.8%포인트, -1.6%포인트씩 각각 떨어졌다.
앞서 세계무역기구는 지난 22일 ‘G20 무역규제 보고서’를 내고 “지난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주요 20개국이 보복관세·수입규제 등 새로 부과한 무역제한 조처의 횟수와 금액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등 당면 글로벌 무역 긴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수입관세 인상과 수입물량규제, 수출관세 부과 등에 걸쳐 주요 20개국에서 총 40개의 새로운 무역제한 조처들이 실행됐다. 이런 수입규제 영향에 노출된 G20 경제 전체의 교역제품 총액은 약 4810억달러(2013~2017년 G20 경제의 수입금액 데이터를 활용해 추정)에 이른다. 또 이 금액의 약 79%는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된 것이라고 세계무역기구는 추정했다. 세계무역기구에 따르면, 4810억달러는 글로벌 수입규제 노출 금액에 관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규모이며 최근 3년간 평균 수입규제 노출금액의 6배에 이른다.
세계무역기구는 “각국의 수입규제 조처 확산과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회복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각국의 경제성장은 물론 일자리와 소비자물가에 걸쳐 연쇄적인 파급을 미칠 것”이라며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보호무역 흐름을 철폐하는데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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