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운데)와 마르틴 뒤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국장(왼쪽), 장폴 피투시 파리경제대 교수가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차 오이시디 세계포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그룹’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오이시디 세계포럼 준비기획단 제공
국내총생산(GDP) 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한 탓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잘못된 경제정책이 이뤄졌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진단이 나왔다.
27일 인천 송도에서 개막한 ‘제6차 오이시디 세계포럼’에서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그룹’(전문가그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문가그룹에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 장폴 피투시 파리경제대 교수,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제이컵 해커 예일대 교수 등 저명한 경제학자와 통계전문가 20명이 참여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지나치게 지디피에 의존한 탓에 경기침체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내는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며 “불평등, 만족도, 건강, 역량 혹은 환경적 지속가능성 등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사람, 사회, 나아가 지구를 위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는데 양적완화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자본이득세율을 높이는 등 보완 정책을 함께 추진해 부작용을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지디피 그 이상의 지표’가 측정됐더라면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공공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좀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디피는 1930년대에 만들어져 국가의 경제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쓰였지만, 경제나 사회 발전의 척도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오이시디는 2004년부터 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삶의 질 측정 방법을 논의하는 세계포럼을 열어왔고 2009년에 첫번째 보고서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 보고서를 9년 만에 내놓았다. 마르틴 뒤랑 오이시디 통계국장은 “이번 보고서는 부, 소득의 불평등뿐 아니라 기회의 불평등, 가구 내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도 다루는 등 주제를 좀더 세분화했다. 또 안전, 신뢰, 지속가능성, 주관적 웰빙 등 2009년 이후에 주목받은 문제들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피투시 교수는 “지디피를 넘어 어느 분야에서, 누가 성장을 필요로 하는지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계기판’(dashboard)을 사용하길 권했다. 이 계기판에는 경제적 안정성, 환경, 신뢰와 더불어 기술, 건강, 직업과 소득 같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 다만 계기판에 담을 지표는 국가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이러한 권고안은 오이시디가 2011년부터 해마다 발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LI)에 반영될 예정이다.
‘미래의 웰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오이시디 세계포럼은 100여개 나라에서 3천여명이 참석해 29일까지 열린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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