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본사를 방문해 이안 린넬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대표를 만나 문재인 정부 들어 불어오고 있는 남북 화해의 훈풍이 신용평가 등급에 반영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걷혔다는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 김 부총리는 28일(현지시각) 경유지로 들른 영국 런던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이안 린넬 대표 등과 면담을 하고 이같이 말했다고 기획재정부는 전했다. 역대 부총리 가운데 피치 대표를 처음으로 만난 김 부총리는 1시간50여분간 면담을 진행하며 “한국의 경제 여건이 현격히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피치는 2012년 9월 한국에 ‘AA-’ 등급을 부여한 뒤 현재까지 신용등급을 상향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무디스(Aa3→Aa2)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A+→AA)가 2012년 이후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 부총리는 먼저 잇따라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중요한 모멘텀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남북은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11월1일부로 상호간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하고, 상호 합의한 군사분계선 내부의 감시초소(GP)를 철거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면제로 북한 철도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앞둔 점 등도 실질적인 진전으로 평가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2012년 신용평가 등급 지정 당시에 비해 개선된 대외건전성을 강조했다. 79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국가간 통화스와프도 확대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민간투자 및 공공투자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수출과 내수 소비 등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피치 쪽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화답하며, 대외신인도 관리를 위한 노력에 감사의 뜻을 보였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또 최근의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놀라운 진전”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피치와 면담을 마친 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기재부는 “김 부총리가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도 예산소위 등 국회의 예산심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국회) 상황에 따라서는 조기 귀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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