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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경총, 정부용역 실적 조작에…고용부는 ‘엉터리’ 조사

등록 2018-12-05 17:04수정 2018-12-06 10:13

경총 작성 중기 50곳 컨설팅 증빙에
절반 이상 날짜 안 맞는 사진 첨부
1회 80만원씩 3년간 24억 받아내

자리 바꿔 찍고, 겉옷 입고 찍고…
하루 회의 장면이 8일치 장면으로
한 업체 실적이 여러업체 실적으로

고용부, 두 달 조사하고도 “문제없다”
“문헌조사는 기본 이해 안 돼” 지적
정부사업 관련 눈 감았나 의혹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고용노동부가 두달 간 진행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조사가 매우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지난 11월 초 “경총이 진행한 정부 사업(NCS 컨설팅)을 조사한 결과, 수당 재분배 외에 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경총은 정부 용역사업인 컨설팅 횟수를 부풀리기 위해 사업보고서를 조작해 제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고용부는 이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가 정부 사업 관련 문제를 일부러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총 황당 조작 ‘한곳 사진으로 8차례 증빙’

5일 <한겨레>가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보한, 경총의 ‘2017년 엔시에스(NCS·국가직무능력 표준) 컨설팅 회의일지’를 보면, 경총이 중소기업 5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컨설팅의 증빙자료인 ‘사진’ 중 절반 이상이 날짜가 맞지 않았다. 한 업체에서 1~2차례 컨설팅을 하며 찍은 사진을 8~9차례 컨설팅의 증빙자료로 나눠 제출하거나, ㄱ업체 컨설팅 증빙자료로 제출한 사진을 ㄴ·ㄷ·ㄹ업체의 증빙자료로 중복 제출했다.

엔시에스는 직무에 요구되는 지식·기술 등을 표준화한 것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사업이 시작됐다. 해마다 120억원대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경총을 비롯해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능률협회컨설팅 등 여러 경제단체가 맡아 해마다 중소기업 1천여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2016년부터는 실제 컨설팅을 진행했다는 증빙자료로 컨설팅 일지에 사진 2장씩을 첨부하도록 했다. <한겨레>는 450쪽이 넘는 컨설팅 일지에 부착된 사진 파일의 ‘개체 설명’을 전부 확인했다.

예컨대 경총은 지난해 5~7월 서울 금천구 한 업체를 모두 9차례 컨설팅했다고 고용부에 보고했는데, 컨설팅 일지를 보면 6월20일 오후 1시30분부터 2시까지 30분 동안 찍은 사진 16장을 각각 두 장씩 5월19일과 26일 등 모두 8차례 컨설팅을 했다는 증빙 자료로 제출했다. 이들은 자리를 바꿔 앉거나 사진 구도를 다르게 하고, 심지어 윗옷을 벗거나 입는 등의 방법을 썼다. 이런 식으로 1~2차례 컨설팅을 하며 찍은 사진을 여러 날 컨설팅한 것처럼 활용한 경우는 전체 50곳 중 최소 20곳이나 됐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다. 한 업체나 커피숍, 회의실 등에서 찍은 사진을 다른 업체에서 촬영한 것처럼 활용한 경우다. 심지어 똑같은 사진을 서로 다른 업체의 증빙사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진 해상도를 낮춰 언뜻 봐서는 구분이 쉽지 않게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컨설팅을 진행한 직원은 “사진이 왜 그렇게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9차례 컨설팅을 다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각 컨설팅마다 컨설턴트로 직원 3명씩 참가하고, 이들에게 회당 총 80만원의 컨설턴트료가 지급됐다. 경총은 2015~2017년 이 사업의 용역 대가로 총 24억원을 고용부로부터 받았다.

고용부 부실 조사 “사진 방대해 안 봤다”

지난 8월16일 <한겨레> 보도(‘경총, 정부용역 실적 뻥튀기’)를 계기로 시작된 고용부의 경총 조사는 문헌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 투성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는 경총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엔시에스 사업 컨설팅 횟수를 부풀리거나 컨설팅 비용 착복 의혹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사를 담당한 최상운 고용부 직업능력평가과장은 “경총을 조사하면서 사진 자료는 너무 방대해 살펴보지 않았다”며 “경총이 3년 동안 컨설팅한 업체 210곳에 전화·이메일로 연락해 112곳에서 답변을 받았다. 다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초적인 조사에 해당하는 사진 자료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감사기관 관계자는 “문헌 조사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언론에 지적됐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창현 의원은 “경총의 보고서 조작의 근본원인은 사후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에 있다”며 “경총뿐만 아니라 다른 위탁업체의 사업부실은 없는지 전수조사하고, 사업비 회수 및 과태료 부과 등 실효적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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