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글 쓸 때도 사람이 먼저다
②‘대한’을 대하는 자세
③‘의’와 전쟁을 선언하라
④‘빵들과 장미들’이 어색한 이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떨쳐 일어나 진정한 의미의 국가 이념을 실천하리라는 꿈,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진리를 우리 모두가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서 과거에 노예로 살았던 부모의 후손과 그 노예의 주인이 낳은 후손이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형제애를 나누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삭막한 사막으로 뒤덮인 채 불의와 억압의 열기에 신음하던 미시시피주조차 자유와 정의가 실현되는 오아시스로 탈바꿈되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저의 네 자식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1963년 8월28일 노예해방 100돌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평화 대행진에서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한 연설 제목이다.
킹 목사의 연설 제목은 영어로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이다. 우리말로 번역해보자. ‘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가? 좀 이상하다고? 그렇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로 쓰는 게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를 갖고 있다’는 영어식 표현이다.
불필요한 지시대명사도 줄이자
‘have’와 마찬가지로 많이 쓰는 번역투 문장에는 지시대명사가 있다. ‘Mom comes home. She wears pants.’ 이 영어 문장을 번역해 보자. 그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엄마가 집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영 어색하다. 엄마를 ‘그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은 이렇다. ‘엄마가 집으로 들어왔다. 바지 차림이었다.’ 두 번째 문장에서 ‘엄마’는 생략됐다. 주어가 같으면 생략하는 게 우리말에서는 더 자연스럽다.
영어의 he, she, it, this, that 같은 3인칭 대명사는 우리말로 쓸 때 어색한 경우가 많다. 우리말은 명사를 대신하는 대명사도 그렇게 발달돼 있지 않다. 게다가 3인칭 대명사는 읽은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
‘독일 자동차산업은 일본의 그것보다 경쟁력이 강하다’는 영어식 표현이다. 영어에서는 한 문장 안에 비교해주는 것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자동차가 겹치니까 ‘일본의 그것’이란 표현으로 썼다. 우리는 이런 3인칭 대명사에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없는 게 더 간결하다. ‘독일 자동차산업은 일본보다 경쟁력이 강하다.’
‘그는 장점이 있었다. 친절한 성격이 그것이다.’ 이 문장에서 ‘그것’은 빼주는 게 좋다. 여기서 ‘그것’은 ‘She is a beauty itself’에서 나왔다. ‘그녀는 아름다움, 그 자체’란 뜻이다. 'itself'는 강조를 위해 쓰인 대명사다. ‘친절한 성격이 그것이다’에서 ‘그것’ 역시 강조를 위해 쓴 대명사다. 우리말에서는 대명사를 안 쓰는 게 낫다. ‘그는 장점이 있었다. 친절한 성격이었다.’ 이 두 문장은 한 문장으로 더 줄일 수 있다. ‘그는 친절한 성격이 장점이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