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 현 정부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중간점검
정책 틀은 마련됐으나 현장은 획기적 변화 체감 못 해
구체화에 시간 걸리고 이에 조응하는 현장역량도 부족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으로 통합지원체제 구축 시급
정책 틀은 마련됐으나 현장은 획기적 변화 체감 못 해
구체화에 시간 걸리고 이에 조응하는 현장역량도 부족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으로 통합지원체제 구축 시급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 영역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현 정부의 정책 지표인 ‘포용국가’를 달성하는데 협력과 연대의 경제인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주목을 받으면서 정부와 청와대에 담당 직제가 신설되고 금융, 인재양성 등 핵심적인 인프라 육성정책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현장은 획기적인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는 진단이 제시됐다. 정책의 큰 틀은 마련되어가고 있으나 세밀화·구체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에 조응하는 민간의 역량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6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현장이 말하는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주제로 열린 제8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은 현 정부 1년 반 동안 사회적경제가 걸어온 길을 중간점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톺아보는 자리였다.
정책과 민간역량이 만나 ‘시너지’ 창출하는 단계 못 미쳐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발제에서 제도 구축과 민간의 역량확충이란 핵심 과제에 초점을 맞춰 점검했다. 우선 정책과 제도 측면에서 전반적인 큰 틀은 구축되어가는 것으로 평가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새 정부의 100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다. 정부는 이후 사회적경제 전반의 발전 방안을 종합해 사회적경제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올해 들어서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2월),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7월) 등 주요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하지만 지원제도의 근간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국회에서의 여야의 이견으로 입법화가 지연되고 있어 통합적인 정책의 구상과 실현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제도의 운용에도 미진한 점이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은 “기업, 업종, 지역 등 상황이 다른 현장의 필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하지는 못하며,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인식의 차이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민간의 역량도 아직 미흡한 것으로 진단됐다. 사회문제에 천착해 경쟁력 있는 사업을 개발하는 역량 부족, 자금 등 자원 조달 역량의 한계, 조직 역량 및 경영역량의 부족 등이 지적됐다. 정책이 현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구체성이 높아야 하고, 여기에 민간의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의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정책의 방향에는 공감도 높아, 실제 효과는 “글쎄요”
사회적경제 현장 및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 1년반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연대회의는 9월부터 11월 초까지 사회적경제 현장조직, 중간지원조직 연구기관 등에 종사하는 130명을 직접 설문 조사(97건)하거나 및 온라인 설문 조사했다. 10점을 만점(매우 높음)으로 해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응답자들은 7.39 점을 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높은 공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책의 구체성’은 이보다 낮은 6.09점,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한층 낮은 5.48 점을 줬다. 민간 사회적경제 영역의 역량에 대해서는 정책역량(5.20), 사업기회 역량(5.53), 연대와 협업역량(5.53) 모두 보통수준으로 응답해 민간의 역량개발이 필요하다고 봤다. 22명을 온라인 설문 조사한 전문가 조사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11명(50.0%)이 현 정부 사회적경제 정책 전반의 기조가 ‘대체로 긍정적, 타당하다’고 대답하는 등 16명이 긍정적 평가를 했다. 민간의 역량에 대해서는 22명 중 15명은 사회적경제 현장의 조직 및 사업역량이 낮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책의 구체성이 낮고 민간이 정책을 활용할 역량도 충분히 성숙하지 못해 정책과 현장의 역량이 어떤 ‘스파크’를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회적경제분야 정책의 우선순위를 묻는 설문에 가장 많은 53명(41%)이 ‘통합지원체제 구축’을 꼽았다. 이는 국회에서 난항을 겪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현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법을 통해 정책의 법률적 근거를 확호히하고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정책체제를 구축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일관되고 통합적인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외에도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31명), 판로지원 확대(21명), 인력양성체계 강화(15명) 등도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민관거버넌스 잘되려면 민민거버넌스부터 단단해야”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대로 향후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급한 과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해 통합적인 지원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개별법률 및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를 근거로 추진되는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기본법으로 통합해 냄으로써 정책의 법률적 기반을 확고하게 하고, 안정적인 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민간영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 정부 및 각 정당의 행동을 견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의 현장조직이나 중간지원조직도 혁신을 통해 역량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개별기업, 연합체 단위에서 사업개발과 추진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실사구시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정부, 국회,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날 포럼에서 나왔다. 이런 점에서 최근 쇠락하는 지역을 호텔마을로 개발해 활기를 찾아가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18리의 사례처럼 민간영역에서 혁신적인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한다. 사회적경제는 이런 싹트는 민간의 역동성을 중간지원조직이 나서 정부-지차체와 협업해 ‘스케일업’하고 다른곳에서도 따라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드는 등 지원체계를 제대로 만드는 과제를 앞에 둔 것이다. 이현민 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집행위원장은 개별화되고, 보조금 위주의 경제적 수익모델에 경도된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공동의 사업을 조직해 연대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면서도 “이를 적극 조직할 사명이 중간지원 조직에 있다 생각해야 하며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전략적 통일의 과정으로 보고 계속 해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 및 사업추진에서 민-관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지자체가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정책의 공동생산 구조와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사회적경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의 안정화, 내실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여러 지자체가 사회적경제위원회 같은 민관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단체장이 바뀌면 운영의 틀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김영식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은 “행정과 상대해 요구하고 관철하는 것이 거버넌스 운용의 요체라면 민간이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조직이 포함된 민간 내부의 거버넌스가 잘 작동해야 민관거버넌스도 추진력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6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현장이 말하는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주제로 제8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이 열렸다.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정책위원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이 날 포럼은 국회사회적경제포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행복나래, 우리은행이 후원했다.
포럼 참석자들이 ‘지역사회의 사회적경제 지원체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이현민 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김재경 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자료: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사회적경제활성화방안 중간점검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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