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정규철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이 올해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내수에 이어 그동안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마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0일 ‘케이디아이(KDI) 12월 경제동향’을 내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내수 부진”, “경기 둔화”라는 진단을 내놓았지만, 수출을 두고 ‘증가세가 완만해 졌다’고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11월 수출이 반도체 및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품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11월 수출은 전월(22.7%)보다 낮은 4.5%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9∼10월 평균(5.7%)에 견줘 증가 폭이 축소됐다. 품목별로는 9~10월 평균과 비교하면 반도체(25.2%→11.6%)와 석유화학(14.8%→3.8%)의 증가율이 낮아졌지만, 선박은 기저효과로 큰 폭의 증가(-55.3%→158.4%)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가격의 하락(10월 기준 -4.6%)이 수출금액 증가세 둔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추석 연휴가 9월로 이동하면서, 10월 조업일수가 늘어나 지표상 수치는 나아졌지만 내수를 구성하는 소매판매와 투자도 실질적으로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일시적 요인을 고려하면 소매판매 증가세는 미약한 것으로 판단되며, 소비자심리도 악화하고 있어 민간소비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점증하는 모습”이라며 “투자도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설비투자는 조업일수 증가(5일, 25%)에 따라 전월 ‘19.3% 감소’에서 ‘9.4% 증가’로 전환됐지만 건설투자는 전월(-16.6%)에 이어 감소세(-3.5%)를 이어갔다. 건설수주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당분간 건설투자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소비도 증가세가 약화한 데다 소비자심리지수도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10월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 생산이 전년 같은 달 대비 각각 5.0%, 5.4% 증가했지만, 이는 주로 추석 연휴 이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9~10월 평균으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1.9% 증가해 민간소비 증가세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9.5)보다 3.5포인트나 떨어진 96.0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비관적 기대심리가 많다는 의미다.
한편 연구원이 진행한 4분기 전문가 경제전망 설문조사에서,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내년 2.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2.9%)와 3분기(2.8%) 조사에 견줘 낮아진 전망치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증가율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취업자 수 증가폭 역시 12만명 수준으로 점쳐지며, 지난 3분기(18만명)보다 하향 조정됐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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