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전자가 수제맥주 자동제조기를 내놨다.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흐름을 겨냥한 제품이다. 2011년 엘지전자가 출시해 새로 시장을 만든 의류관리기의 뒤를 이을지 주목된다.
11일 엘지전자는 “발효부터 세척까지 복잡한 맥주 제조 전 과정을 자동화한 수제맥주 제조기 ‘엘지 홈브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맥주 제조기가 소독, 배합, 발효 과정 등을 따로 진행하는 데 견줘, 엘지 홈브루는 이런 과정을 합쳐 자동화했다.
엘지전자 쪽은 “원료를 상온에서 발효시킨 후 별도 용기에 옮겨 탄산화와 저온 숙성을 거치는 발효과정이 어려운데, 이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사용자가 엘지 홈브루에 캡슐과 물을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면, 발효와 숙성과정을 포함 2~3주 만에 5리터의 맥주를 완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맥주 재료는 영국 문톤스사와 협력해 공동 개발했다. 몰트와 발효를 돕는 효모(이스트), 풍미를 더하는 홉, 향료(플레이버)로 구성된 4개의 캡슐이 한 세트다. 이를 조합해 영국식 페일에일, 인도식 페일에일, 흑맥주, 밀맥주, 필스너 등 맥주 5종을 만들 수 있다.
엘지전자는 발효 온도와 압력을 제어하는 기술과 맥주 보관·숙성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 상황에 따라 컴프레서 동작을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 등을 사용했다. 엘지전자는 이 제품을 내년 상반기께 렌털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쉽게 살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 같다”며 “직접 판매보다 렌털로 판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엘지전자의 도전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거리다. 텔레비전·냉장고·세탁기 등 기존 가전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엘지전자는 틈새 제품이나 두 가지 제품을 합친 제품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11년에 의류관리기(스타일러)를 세계 최초 출시했고 2015년 드럼·통돌이 통합세탁기(트윈워시)와 2017년 전자 뷰티기기(프라엘)등을 업계 최초로 내놨다. 성적도 나쁘지 않다. 의류관리기의 경우 2015년 이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주요 가전으로 자리 잡았고, 드럼·통돌이 통합세탁기는 삼성전자 등이 비슷한 제품을 따라 내놓는 등 프리미엄 제품 자리를 굳혔다. 맥주 제조기와 최근 출시한 침실용 냉장고·공기청정기(엘지 오브제) 등은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소확행 흐름을 반영했다.
엘지전자는 욕실용 가전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말 송대현 엘지전자 사장은 “욕실에 가전제품이 없는데, 무엇이 들어가면 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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