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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탄소가격 발견’ 못하는 배출권거래제…온실가스 감축투자 유인 미흡

등록 2018-12-12 18:01수정 2018-12-13 09:42

시행 4년째 시장 물량부족 만성화
“불확실성 대비 일단 보유”
다음 해로 과도하게 내부 이월
물량 모자라 가격 톤당 2만원대 ‘껑충’

업체들 배출권 구입 부담 호소
“감축기술 혁신도 더뎌
감축투자로 해결하기도 어려워“

“고효율 저배출 기술 업체 배출 할당↑
금융권 참여 파생상품 도입을” 지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 4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한해 동안 쓰고 남은 잉여배출권을 거래시장에 내놓지 않고 과도하게 ‘이월’하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거래시장에서 탄소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고, 이런 탓에 배출권 물량이 모자란 업체들은 막대한 배출권 구입 부담을 호소한다. 시장기능 미흡으로 국가 온실가스 총량의 효과적인 감축 목표이행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0월 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 기간(2018년~2020년)의 탄소배출권 허용량을 업체별(대상업체 총 591개)로 통보했다. 할당량은 대부분 여전히 무상배분되지만, 내년부터 126개 업체는 총 할당량의 3%를 돈을 내고 정부로부터 경매 방식으로 사야 한다.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배출권거래제 2기 운영이 본격 시작된 셈이다. 제2차 기간(3년간)의 국가 배출권 할당물량은 총 17억7713만톤이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펴낸 배출권거래동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시장은 전형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 양상으로, 배출권 수요에 비해 (추가적 탄소배출 감축 활동 및 공장가동률 저하 등으로) 쓰고 남은 잉여배출권 시장 공급이 부족하다”며 “거래 부진과 유동성 부족으로 ‘배출권 거래를 통한 업체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부담 완화’라는 시장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시장에 나오는 매도물량의 부족 현상은, 연간 단위로 쓰고남은 잉여물량이 적은 것도 한 이유지만 업체마다 잉여배출권을 팔지 않고 다음 해로 과도하게 내부 ‘이월’하는 관행이 만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로부터 매년 6월에 감축 의무 이행실적을 보고받는 한국환경공단 쪽은 “2017년의 경우 총 잉여물량 중 올해로 이월된 물량은 2천만톤 안팎”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지난 10월까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탄소배출권 물량은 총 3809만톤이다. 따라서 2015년 이후 대략적인 잉여물량은 1억1800만톤(자체 이월물량 약 8천만톤, 시장거래물량 약 3천8백만톤)에 이르는 셈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배출권의 장내 시장 거래가격은 톤당 평균 2만2229원이다. 2015년(연평균 1만1184원)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5개 석탄화력발전사가 총거래물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철강회사 등 30여개 회사가 시장거래에 참여하는 대부분”이라며 “다만 100만톤 안팎의 대량 거래는 장내 시장거래가격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을 일대일로 찾아 협의매매로 거래하는 장외거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매매 가격은 주로 장내거래 가격(3개월 가중평균)을 기준으로 삼지만 공개되지는 않는다. 한 대기업은 “최근 연간 탄소배출권 부족분 40만톤, 700억원 이상 어치를 사들여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며 “국제적인 감축 시설 기술 혁신도 더뎌 현재로선 전년보다 1~2%가량만 추가 감축이 가능한 상황이라 감축 시설투자로 해결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의무이행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매년 6월이면 업체마다 부족분을 채워 넣기 위해 바빠지고, 매도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예비 비축물량을 시장에 푸는 일(지난 6월 466만톤)이 되풀이된다. 유동성 부족 탓에 10톤가량의 미미한 매도물량 출회만으로도 거래가격이 2만8천원까지 폭등하는 일도 빈번하다.

잉여배출권을 가진 업체들은 장래의 배출권 거래가격 변동 위험, 회사의 향후 업황전망 및 정부의 탄소배출정책 불확실성 같은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남은 배출권을 일단 보유하려 들고, 이런 ‘위험 기피적 선호’가 작동하면서 배출권 이월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환경부는 잉여물량을 시장에 많이 내놓을수록 다음 해에 더 많이 배출권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이월 제한’에 나섰지만, 시장 거래기능이 활성화돼 적정한 ‘균형 탄소 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거래소 보고서는 “무상 할당량이 업체의 과거 연평균 배출량에 따라 배분되기 때문에 탄소배출감축을 위한 설비투자에 나서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떨어진다”며 “지금 저배출 설비투자에 나서 배출을 감축하면 다음 기간에 받을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구조라서 오히려 감축 노력을 미래로 늦추게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고효율 저배출 기술을 채택한 업체에 더 많은 배출을 할당 △제3자 개인과 증권금융기관들도 참여하는 배출권 파생상품(선물·옵션·스와프) 조기 도입 등을 통해 거래 유동성을 대폭 늘려 국가온실가스 총량 감축을 위한 ‘거래가격의 신호 기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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