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남녀의 고용률 격차는 1.6%포인트에 불과하지만, 결혼한 남녀의 고용률 격차는 28.5%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월평균 초과근로시간은 10.1시간으로 집계됐다. 일·가정 양립과 관련된 지표들은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지만, 여성 참여가 적고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노동시장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 모습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가정 양립지표’를 보면, 지난해 기준 결혼한(유배우) 남성의 고용률은 81.9%, 여성의 고용률은 53.4%로 둘 사이의 격차는 28.5%포인트에 이르렀다. 한해 전(29.4%포인트)보다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미혼 남녀의 고용률 격차가 1.6%포인트에 불과한 것에 견줘보면 여전히 차이가 컸다. 올해 15~54살 기혼여성 취업자 554만9천명 가운데, 경력단절을 경험한 이들은 208만3천명(37.5%)에 이르렀다. 경력단절 사유는 결혼이 37.5%로 가장 많았고 임신과 출산(26.8%), 육아(17.9%)가 뒤를 이었다.
결혼과 육아가 여성 고용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은, 가사 분담이나 육아에 있어 여성의 역할에 대해 변화한 인식이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가사 분담을 남녀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견해는 올해 59.1%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남성 쪽은 20.2%, 여성 쪽은 19.5%에 그쳤다. 2016년 기준 ‘일을 하는 것이 삶의 보람과 활력을 준다’고 생각하는 여성 비율은 93.5%였지만, 막상 ‘일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데 동의한 여성은 21.1%에 불과했다. 자기 삶의 활력과는 별개로 자녀에게는 일하는 엄마가 갖는 긍정적인 의미가 크지 않다는 평가인 셈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취업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2.8시간으로 한해 전보다 12분 줄었다. 월평균 총 노동시간은 한해 전보다 0.6시간 줄어든 173.3시간이었고, 이 가운데 초과노동시간은 10.1시간(5.8%)이었다.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2016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52시간으로,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가운데 셋째로 길었다. 독일(1298시간), 네덜란드(1359시간) 등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1787시간), 일본(1724시간)과도 격차가 컸다.
18살 미만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인 경우, 남성과 여성의 노동시간 차이는 한해 전 8.1시간에서 8.6시간으로 늘었다. 아빠 쪽 노동시간은 46.7시간으로 전년(46.5시간)보다 늘어난 반면, 엄마 쪽 노동시간은 38.1시간으로 한해 전(38.4시간)보다 줄어든 영향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