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기중기를 이용해 선로에 누운 객차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철도·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 공기업이 관리하는 시설의 안전상태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등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른 데 따른 조처다.
16일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기재부는 철도·도로·항만 등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행하는 방안을 전수조사를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안전에 관한 평가를 강화하고, 공공기관이 안전에 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안전 관련 파견·용역인력의 정규직화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물의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보강 계획을 세운 뒤 이를 이행했는지 추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안전과 관련해 공공기관 시설물을 전수조사할 방안을 모색하는데 가능하다면 그 규모가 어떠할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부문 사고와 관련해 “공공기관 관리, 투자, 평가, 인력 운영 등에 대해 해당 기관이 스스로 점검하고 바꿔 할 것은 바꾸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안전 관련 평가를 강화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를 개편하면서, 모든 공공기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지표 중 하나로 ‘안전 및 환경’이 신설한 것이다. 전체 배점(100점) 중 ‘안전 및 환경’은 비계량(2점)과 계량(1점) 항목을 포함해 3점이다. 이 항목은 올해 공공기관 실적을 평가하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이와 별도로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이미 안전관리사업(10점), 시설안전제고(4점) 등의 평가도 받아왔다.
하지만 강릉선 탈선 사고를 일으킨 한국철도공사는 안전 부문 평가 항목인 안전관리율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또 경기 고양 온수관 파열에 책임이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안전평가에서 만점(5점)에 가까운 4.46점을 받았다. 전년보다 사고 건수가 줄면 점수가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홀로 일하다 숨진 태안화력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서부발전은 아예 안전평가를 받지 않는다. 이에 공공기관 안전평가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처벌 규정이 5배 이상 엄격하고 안전 투자를 늘리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며 “우리나라에선 인센티브가 없으니까 안전에 돈을 쓰는 걸 비용이나 손해로만 인식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안전 관련 투자액의 경우 공공기관 부채비율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빚을 내서 안전 관련 투자를 하더라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파견·용역인력의 정규직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이미 차량 정비와 선로·전기·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등 국민의 생명·안전업무와 관련된 업무 종사자 1466명을 직접 고용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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