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미국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는 내년 이후 미국 경제지표들을 하향조정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성명서 문구는 여전히 ‘긴축적 통화운용’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완화 쪽으로 서프라이즈’다, ‘긴축 쪽으로 서프라이즈’다는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미국경제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준이 내년부터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 때마다 기자회견을 갖기로 해 매번 통화정책방향이 변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정책금리를 연 2.25~2.50%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연준 이사(5명)와 지역 연방은행총재 등 총 17명의 이사가 참가한 정책금리 전망치(중간값)는 내년 2.875%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금리인상 횟수(전망)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낮췄다. 내년 정책금리는 기존 3.125%에서 2.875%(연간 2회 인상)로, 2020년 전망치는 3.375%에서 3.125%(1회 인상)로, 2021년 전망치는 3.375%에서 3.125%(인상 없음)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수준인 장기금리(중립금리)도 기존 3.000%에서 2.750%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금리인상은 위원 17명 중에서 6명이 3회, 5명이 2회, 4명이 1회 인상, 2명은 동결을 전망했다.
연준이 이날 내놓은 성명서 주요 문구를 보면, 미국 국내총생산 성장률 올해 전망치는 기존 3.1%에서 3.0%로, 내년 전망치는 기존 2.5%에서 2.3%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장기 전망치는 기존 1.8%에서 1.9%로 올렸다. 향후 경제전망은 ‘추가적인’(further) 점진적 금리인상은 경제의 지속적 성장 및 노동시장 강세와 부합한다’는 기존 문구에서 ‘다소 추가적인’(some further) 점진적 금리인상으로 수정됐다. 경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roughly balanced)이라는 평가를 유지하되, ‘글로벌 경제·금융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들 요인이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를 지속’한다는 표현을 새로 추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여건 악화 등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시장에서 이를 완화적 기조로의 전환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연준의 보유자산을 매도해 시중 유동성을 수축시키는 대차대조표(B/S) 축소는 현행대로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세계경제는 여전히 양호한 편이나 성장세가 작년만큼 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브렉시트 같은 이벤트 리스크의 귀추도 주목된다”며 “미국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견조(strong)하고 실업률도 낮지만 지난 9월 통화정책 결정 이후 일부 부정적 현상이 출현했다. 금융여건 악화가 내년 전망을 소폭 하향하게 했지만 실질적인 전망이 변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향후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우려의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립금리에 대해 “정책금리는 현재 중립금리 추정구간의 저점에 도달했다”며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이 완화적(accommodative)이 될 필요는 없다. 현재와 같이 금리가 낮을 이유는 없기 때문에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위해서는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며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될 경우에는 금리인상 속도의 완화 혹은 금리인상 중단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내년부터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개최할 때마다 매번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는데, 이는 통화정책이 매번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외압에 대해 “(금리인상을 여러 차례 반대해 온)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적 고려는 정책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금리인상 결정과 연준 성명서 및 기자회견 내용을 놓고 시장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국제금융센터는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 뉴욕 주식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한 건 연준의 완화적 정책변화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통화정책 결정 회의 이전에 ‘점진적 금리인상’이라는 포워드 가이던스 문구가 삭제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국제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통화정책의 완화적 변화로 해석하면서도 통화긴축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닌만큼 과도한 완화적 시각은 경계했다. 골드만삭스는 정책성명서 내용 중에 ‘점진적 금리인상’에 ‘some’이 포함됐고, 점진적 금리인상을 ‘예상한다’는 기존 표현 대신에 ‘판단한다’로 변경됐으며,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을 주시하겠다는 점이 부가된 건 ‘완화적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금리인상 전망 횟수의 축소와 중립금리 전망치 하향 등은 ‘완화적 서프라이즈’(dovish surprise)라는 것이다. 반면, 유비에스(UBS)는 “경제지표 전망치는 완화적이지만 연준의 정책성명은 긴축적이라며, “점진적 금리인상 표현이 완화되었지만 큰 골격은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정책성명이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적(긴축적)이고, 미국경제 성장 전망치를 유지하고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했다는 점에서 ‘매파적 서프라이즈’(hawkish surprise)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완화적 시그널은 아니지만 유연한 접근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의 관심은 내년 첫 금리인상 시기에 쏠린다. 투자은행들은 경기둔화 폭이 커질 가능성이나 미-중 무역협상 시한(3월1일)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보다는 4월 등 상반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은 “내년 추가 금리인상 시기는 3월이나 6월이 될 것이며, 이후 경제지표 추이를 관망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지표가 양호하면 내년 금리인상 횟수가 2회에서 3회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연준의 성명은 통화정책이 완화적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시사하지만 단기간내 금리인상 종결을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향후 경제지표 등의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 시장에서 미 재무부 국채 10년물 금리는 8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은 연 2.7548%로 전날보다 6.26bp 떨어졌다. 지난 4월 2일 이후 최저치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2회로 하향조정했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10년물-2년물)는 전일 17.36bp에서 10.9bp로 좁혀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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