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잡으면서 내년에는 금리 인상을 애초 예상된 3번이 아닌 2번만 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이 정책금리를 또 한 차례 인상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시에 출렁인 가운데, 비록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치가 축소됐음에도 연준의 통화정책 시계는 안개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을 코앞에 두고 있는 등 미국 경제의 침체국면 진입 우려가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향방도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는 평가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네 번째 인상이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이목은 이제 내년 금리인상 여부와 횟수에 쏠린다. 총 17명의 연준 위원이 이날 제시한 내년 정책금리 전망치(중간값)는 2.875%다. 기존 전망치(3.125%)보다 낮아졌다. 위원들이 내년 금리인상 횟수(전망)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낮춘데 따른 것이다. 2020년 전망치도 기존 3.375%에서 3.125%(연간 1회 인상)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첫 추가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 등 시장에서는 미국 경기둔화 폭이 커질 가능성 및 미-중 무역협상시한(3월1일)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보다는 4월 등 상반기로 점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은 “경제지표 추이가 양호하면 내년 금리인상 횟수가 2회에서 다시 3회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를 반영하듯 내년 금리전망을 놓고 이번에 연준 위원 17명 중에서 6명은 3회, 5명은 2회 인상을 점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경제성장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존재하지만,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이 완화적이 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추가 금리인상을 위해서는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둔화하면 금리인상 속도의 완화 혹은 인상 중단도 가능하다는 기조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 하면서도 이를 완화적 기조로의 전환으로 해석하는 건 경계한 셈이다. 주목할 대목은 연준이 내년부터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 때마다 매번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시장은 이를 “연준의 통화정책이 매번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내년 2차례 인상을 제시했음에도, 통화정책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진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제투자은행(IB)들은 즉각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며 연준의 스탠스와 신호를 제각각 해석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리인상 전망 횟수의 축소와 중립금리 전망치 하향은 ‘완화적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한 반면, 유비에스(UBS) 등은 연준의 이번 정책 성명이 시장의 예상에 비해 ‘매파적(긴축적 기조 유지)서프라이즈’라고 평가했다.
이번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다시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다만 연준이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두 차례로 줄이는 속도조절을 시사 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은 조금 넓어지게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연준의 금리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좀더 늦춰진다면 각국의 통화정책 운용에서 약간의 여유가 있을 수 있겠다”면서도 “미 연준이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하니, 우리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 미국 재무부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2.7548%로 8개월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내년 인상 횟수를 2회로 하향조정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10년물-2년물)는 전일 0.17%포인트에서 0.10%포인트로 더 좁혀졌다.
연준의 시그널이 시장의 기대보다 덜 완화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며 출렁였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49% 하락하며 연중 저점을 새로 썼고, 코스피도 2060.12로 전날보다 0.9%(18.72)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84%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3원 오른 1127.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조계완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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