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자영업 종합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정부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자영업과 소상공인 전용 상품권을 18조원 규모로 발행하고, 전국 구도심 상권 30곳을 ‘자영업 혁신거점’으로 육성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상공인 관련단체 대표들과 함께 이런 내용이 포함된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벌써 네번째 나온 자영업 종합대책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자생력 있는 자영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에 따라 최초로 소상공인 단체가 참여하는 민간태스크포스를 통해 정책과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대책 내용은, 자영업의 과밀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임기응변식 처방만 나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영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대책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정부는 자영업의 매출 기반을 늘리고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은 줄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고향)사랑상품권’ 발행을 올해보다 5배 이상 많은 연평균 2조원으로 확대하고, 전통시장 등에 쓰이는 온누리상품권도 2022년까지 모두 10조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또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 보급의 확산을 통해 0%대 수수료율을 현실화하고, 신용보증기관의 보증과 정책자금 확대를 통해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2022년까지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사업명으로 전국 구도심 상권 30곳을 혁신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기에는 쇼핑·주민교류·청년창업·문화행사 등이 함께 이루어지는 복합공간이 조성된다. 현재 72% 수준인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을 2022년까지 100%로 높이고, 주요 상권의 공용주차장도 확대·설치한다.
소상공인의 조직화·협업화를 위한 지원에도 나선다. 도시형 소공인이 몰려 있는 지역에 ‘소공인복합지원센터’ 10곳을 신설해 스마트제조 장비 구축, 제품 개발, 공동작업장, 온라인 공동구매·판매까지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할 계획이다. 20명 이상이 참여하는 소상공인 협동조합이 현재 30개 안팎인데, 2022년까지 150개로 늘려 공동브랜드 개발 등 협업화를 유도한다.
한계 상황에 놓인 1인 자영업자에게는 사회보험 적용이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국 60여곳의 소상공인지원센터에 폐업 지원 전담창구를 신설해 폐업 과정 및 사후관리를 일괄 지원한다. 정부는 이런 자영업 정책의 지속성 유지를 위해 대대적인 법령 정비에도 나서기로 했다. 우선 내년에 ‘소상공인·자영업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자영업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 정립과 함께 정책지원 및 보호·육성의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 정책수혜자 모호하고 핵심 문제는 못 짚어
이번 대책의 한계도 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전체 취업자의 25%를 차지하는 678만 자영업자를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규정하고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 장관이 정의한 자영업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경계도 모호하다. ‘전체 취업자의 25%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란 엄밀히 말해 ‘비임금 취업자’이다. 여기에는 재벌 회장이나 변호사·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화물운전사업자 등 특수고용직노동자까지 포함된다. 자영업자 가운데서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을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정책 수혜 계층을 엄밀하게 설정하지 않은 채 지원 대책을 만들다 보니, 사실상 ‘국민 지원 종합대책’이 나오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추진하겠다는 정책과 그 수요계층이 뚜렷하게 연결되지 않아 정책 목표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구도심 상권 30곳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대책은 상권 개발계획에 가깝다. 해당 지역의 건물주나 부동산개발업자에게는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영세 임차상인들에겐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 문제의 핵심인 과밀·과당경쟁은 제외됐다는 지적도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10곳 생기면 8곳꼴로 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대책에 과밀해소 방안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객관적인 실태조사와 통계를 바탕으로 기대효과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은 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정책과제를 추진하다 보면 돈만 쓰고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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