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안) 개정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초봉 5천만원을 받는 현대모비스 사원은 최저임금 ‘때리기’에 끝없이 호출당했다. 현재 월급제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을 계산하려면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을 제외한 기본급(분자)에다 근로시간과 주휴시간(분모)을 나눈다. 현대모비스는 상여금은 많지만 기본급은 낮은 구조라 최저임금 위반이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더해지도록 최저임금법이 개정된다. 현대모비스도 매년 750%씩 주는 상여금을 월 단위로 쪼개 주는 방식으로 바꾸면 최저임금 위반을 여유있게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상여금 지급 주기를 바꾸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 이유는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수당 등이 많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연장근로수당 등을 줄이는 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연장근로수당 등은 시간당 ‘통상임금’(평균적 노동의 대가)의 1.5~2배로 정해지는데 이 통상임금에는 기본급만 포함돼왔다.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의존해 고도성장한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연장근로수당 등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은 최소화하는 대신 상여금, 급식비, 교통비 등을 늘리며 복잡하고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갖게 됐다.
2012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임금총액을 보면, 기본급 비중은 54.6%인 반면 상여금은 24.5%였다. 비교적 큰 기업의 이런 비율은 기본급(73.7%)이 높고, 상여금(6.3%)이 낮은 비정규직과 대조적이다. 또 1~4인 사업체에서는 임금 총액 대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기본급 비중이 88.2%, 96.6%로 나타났다. 대기업일수록, 정규직일수록 임금 총액에서 기본급 비중이 낮은 것이다. 기업들이 호황기에도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장시간 노동과 상여금으로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온 탓이다. 그 결과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커져갔다. 이런 임금체계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제한하는 셈이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정이 기형적 임금체계를 바로잡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모비스 같은 고연봉 노동자가 최저임금 위반이 되는 불합리한 상황은 기업들이 스스로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게끔 하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체계 개편 의지가 있는 사업장에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변경할 수 있도록 최대 6개월 최저임금 위반 처벌도 유예해준 배경이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모비스가 상여금 지급 주기를 매월로 변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경영계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는 제외한 채 최저임금에만 산입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연장근로수당 등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상여금의 통상임금화로 연장근로수당은 올리기 싫고, 최저임금 위반에서만 벗어나고 싶다는 경영계의 속내가 이번 주휴수당 논란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반면 노조는 상여금을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에 모두 넣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명칭이 무엇이든’ 기본적 급여의 지급 조건과 비슷하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2012년부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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