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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연구개발로 우뚝…0.01mm 플라스틱 부품도 척척

등록 2005-12-14 18:11수정 2005-12-15 10:29

강소기업이 뛴다
강소기업이 뛴다
휴대전화 사출성형기 1997년 첫 국산화 기술 밑천 부설연구소엔 “예산 무제한” 5평 공장서 출발 20년만에 매출 800억원
강소기업이 뛴다/⑤ 우진세렉스

한때 ‘냉장고’, ‘벽돌’이라 불리던 커다란 휴대전화는 이제 웬만해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휴대전화의 핵심부품이 작고 정교해진 덕이긴 하지만, 오밀조밀 맞대어있는 예민한 부품을 단단하면서도 얇은 플라스틱(휴대전화 케이스)으로 감싸내지 못했다면 두께 1㎝가 안되는 첨단 휴대전화는 지금까지 꿈이었을지 모른다.

인천에 있는 우진세렉스는 휴대전화의 틀을 만들어 내는 고밀도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를 만드는 업체다.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는 만들고자 하는 물건의 금형 안에 제품의 특성에 따라 플라스틱을 녹여 집어넣는 장비다. 헬멧과 장난감, 밀폐용기, 사무기기 등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쓰이지만, 우진세렉스의 ‘히트상품’은 단연 휴대전화용 사출성형기다. 우진세렉스는 1997년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 사출성형기를 국산화한 뒤, 현재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우진세렉스의 플라스틱 사출기는 두께 0.01㎜짜리 플라스틱 부품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오른 상태여서, 휴대전화의 소형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업종이 다양한 만큼 42개국 4000여개 업체에서 우진세렉스의 플라스틱 사출기를 쓰고 있다.

우진세렉스가 1997년 첫 국산화에 성공한 고밀도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들. 휴대전화, 완구, 사무기기, 밀폐용기 등 용도가 다양하다. 우진세렉스 제공
우진세렉스가 1997년 첫 국산화에 성공한 고밀도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들. 휴대전화, 완구, 사무기기, 밀폐용기 등 용도가 다양하다. 우진세렉스 제공
우진세렉스는 85년 서울 신도림동 5평 공장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국과 중국 2곳에 대형 공장을 둘 정도로 커졌다. 올해 매출액은 8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 전망이다. 매출액 대비 이익률도 10% 수준이다. 우진세렉스의 김익환(48) 사장은 회사의 이런 성장의 비결에 대해 주저없이 ‘끊임없는 연구개발’이라고 말한다. 우진세렉스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부설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연구원은 22명이고, 플라스틱 사출기 시장을 이끌어가는 일본 관련업계의 연구원 2명을 스카우트했다. 연구소의 연간 예산은 “무제한”이라고 말할 만큼, 김 사장의 지원은 전폭적이다. “97년 말에 경제위기가 오면서 거의 1년 동안 일감이 없었습니다. 할일이 없으니 공장은 돌아가지도 않았죠. 고민 끝에 사람을 잘라내는 대신, 모든 직원에게 보직 변경 신청을 받아 인력을 전면 재배치했습니다.” 김 사장은 생산직에 있던 고급인력들은 모두 연구개발 부서에 투입했고, 영업부를 대폭 보강했다. 효과는 곧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이 잇따라 개발됐고,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1년여 만에 다시 예전의 경영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난 6월부터는 전문 기술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기술교육원’을 새로 짓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자체 교육시설을 만든 예는 많았지만, 중소기업이 전문 교육원을 세우는 것은 우진세렉스가 처음이다. 60여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기술교육원에는 최신 사출성형기 실습장과 강의실, 대강당, 기숙사 등이 고루 갖춰진다. 교육 대상은 직원 뿐만 아니라 고교·대학 졸업생, 퇴역 군인 등 다양하다. 김 사장은 “사출·성형 기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지만, 전문 교육과정을 갖춘 교육기관은 국내에 없다”며 “기술교육원 설립을 통해 세계적인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 많이 하는 회사는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원들을 들들 볶지요.” 김 사장은 “욕구가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열정을 바탕으로 실력을 쌓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며 “항상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아이디어가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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