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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진 일가 ‘명품 밀수’ 10년간 7억원 드러나

등록 2018-12-27 17:55수정 2018-12-27 21:40

세관, 이명희·조현아·조현민 기소 의견 검찰 송치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 6월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 6월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지난 10년 동안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 등을 동원해 7억여원의 국외 명품 등을 사들여 국내에 몰래 들여온 사실이 확인됐다.

인천본부세관은 국외에서 구매한 명품과 생활용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를 받는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44)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35) 대한항공 전 전무 등 한진 총수 일가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2009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260차례에 걸쳐 시가 1억5천만원 상당의 국외 명품과 생활용품 1061점을 대한항공 회사 물품인 것처럼 위장해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차례에 걸쳐 가구·욕조 등 시가 5억7천만원 상당의 물품 132점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수입자를 대한항공 명의로 허위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밀반입 및 허위신고 품목은 과일·그릇·물감·의류·가방·신발 등 다양했다. 관세법을 보면, 밀수입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관세액의 10배나 물품 원가 중 높은 금액의 벌금을 내도록 돼 있다.

인천세관 조사 결과, 이들은 대한항공 직원들을 동원해 세관 신고 없이 명품 등을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한 뒤 배송지를 대한항공 국외 지점으로 기재했다. 국외 지점에서는 이 물품을 받아 위탁 수화물로 항공기에 실어 인천공항에 보냈고,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대한항공 직원이 회사 물품인 것처럼 위장해 들여왔다. 이렇게 몰래 들여온 물품은 운전기사 등을 통해 총수 일가에 전달됐다.

이 이사장은 201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외에서 산 과일·그릇 등 시가 3700만원어치를 46회에 걸쳐 밀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09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213회에 걸쳐 의류·가방 등 9800만원어치를, 조현민 전 전무도 2016년 6월 입국 때 프랑스 파리에서 선물받은 반지·팔찌 등 1800만원어치를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이들은 국외에서 구매한 소파·탁자 등을 국내에 수입하면서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를 총수 일가가 아닌 대한항공으로 허위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과 이 이사장이 부담해야 할 관세와 운송료 등 2억2천만원을 대신 지급했다.

인천세관은 올해 4월부터 언론 등에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이 제기되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8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하고 국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면세점 구매 실적 등을 분석해 이런 범죄 사실을 확인했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발견되고 세관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세관은 또 세관 직원들이 한진그룹 쪽과 유착해 총수 일가의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한 감찰을 벌여 대한항공 회사 물품 반입 때 검사 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세관 직원 등을 징계 처분했다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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