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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석유화학사 7곳 등쌀에 7천 중소업체 말라죽을판”

등록 2005-12-14 18:51수정 2005-12-14 18:51

원료값 폭등…제조업 줄도산 ‘판매뒤 값 통보’ 불공정거래 정부서도 할당관세 요구 외면
조봉현 프라스틱연합회 회장 인터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요? 그런 호사스러운 생각은 꿈에도 안합니다. 대기업 7곳이 중소기업 7천여개를 말라죽이고 있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라는 말이 올해 한국경제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7천여개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연합체인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의 조봉현(55) 회장은 “플라스틱 업계는 우선 대기업과의 주종 관계에서 벗어나는게 더욱 급하다”고 잘라말한다. 농업용비닐, 파이프 등을 만드는 플라스틱 제조 중소업체들에게 더욱 급한 것은 ‘생존’이다. 엘지화학과 호남석유화학, 삼성토탈, 에스케이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 7곳이 창사 이래 최대의 흑자(2004년 3조8천억원)를 누리는 사이, 이들에게서 원료를 사는 플라스틱 제조 중소기업들은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닐, 파이프 등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PE)의 원료 가격과 스티로폼에 쓰이는 폴리스틸렌(PS)이 각각 160%, 195% 오르는 등 원료값이 폭등한 탓에, 7000여개 플라스틱 제조 중소업체 중 3분의 1이 이미 도산했거나 폐업상태에 있다.

“대기업들은 국제 유가가 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제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서도, 국내에 파는 원료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요.”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쓰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과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의 원료인 에틸렌의 국제가격은 지난 9월 이후 내림세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관련 제품값은 내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조 회장은 대기업의 이런 횡포 뒤에는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있다고 주장한다. “플라스틱 제조 중소업체들은 원료를 살때 값도 모르고 삽니다. 대기업들이 우선 원료만 주고, 값은 그 다음달에 일방적으로 통보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값도 모르고 물건을 산다는게 말이 됩니까?” 혹시나 원료대금을 떼일까봐 중소업체들의 공장과 예금통장 등을 담보로 잡는 것은 기본이다. 또 값이 전혀 공개되지 않으니 중소업체들은 거래처를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고, 나중에 확인하는 원료값의 인상·인하폭도 모든 업체가 비슷하다. 담합의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원료값은 오르는데 대기업의 납품단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어 업체들의 이중고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때문에 플라스틱 제조 중소업체들은 일부 원료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할당관세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관세를 높이거나 낮춰주는 것을 말한다. 이들 업체들은 합성수지 2개 품목의 관세(6.5%)를 할당관세를 적용해 한시적으로 0%로 낮춰달라고 주장한다. “석유화학 업체가 원료값을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받고 가격도 미리 알려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외국 업체의 원료가 싸게 들어온다면 국내 업체들도 가격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할당관세 논의는 심의 과정에서 일부 부처가 “국내 원료회사 보호” 등을 이유로 들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제조업은 노동집약적이어서 고용창출 효과도 크고, 부가가치도 높은 산업입니다. 대기업의 횡포로 양극화 현상의 극단적인 사례가 되어버렸습니다.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은 책상 앞이 아니라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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