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현대차 제공
2019년 우리나라 수출은 일본의 잇딴 거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유럽·아태지역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에 견줘 경쟁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에도 중국경제가 경착륙에 들어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돼, 2019년에 대규모적이고 돌출적인 중국시장 수출쇼크가 발생할 우려는 작다는 예상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를 보면,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이날(30일)부터 발효된데다 2019년 2월1일부터는 일본-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파트너십협정(EPA)도 발효될 예정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일본과 유럽연합 사이의 경제파트너십협정으로 세계 총생산의 27.8%, 세계 교역액의 36.9%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권이 형성됐다”며 “유럽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제품 사이의 수출경합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한국 제품은 자동차(부품)를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은 CPTPP에 이은 일-EU EPA 발효를 계기로 무역질서 개편과 글로벌 규칙 제정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해 가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에 대응하는 카드로 활용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일-EU EPA에는 경쟁규칙 제정에 대한 상호협력도 포함되어 있어 자율주행차 표준, 전자상거래 규칙 등에 걸쳐 일본과 유럽연합에 유리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베트남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CPTPP는 세계 총생산의 13.1%, 세계 무역의 15.2%를 차지하며,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인 USMCA(옛 나프타)와 최종 타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세안+6개국)에 이어 3번째로 큰 경제권역이다. CPTPP 역내 국가의 전체 수출입 무역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6%(2591억달러·2017년)에 이른다. 보고서는 “향후 CPTPP는 미국 중심의 통상 갈등을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규모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며 “일본은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있는 미-일 양자 상품무역협정(TAG)에서 CPTPP를 완충장치로 활용하고, 다른 일부 국가들도 미국의 양자협정 체결 압박을 회피하기 위해 CPTPP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1개 참여 회원국 장관들로 구성된 TPP위원회는 2019년 1월에 회의를 열고 영국·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추가 가입의사를 밝힌 국가들에 대한 가입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이 앞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진행경과와 미-일 양자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기존 12개국 TPP(미국 포함)에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CPTPP 협정문은 기존 TPP 협정문 중에서 미국이 관철시킨 22개 조항(지적재산권, 투자, 정부조달, 환경 등)을 유예하고 있어 미국의 재가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리 통상당국도 CPTPP 추가 가입 추진을 둘러싼 최종 결정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 보고서는 또 2019년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 “중국은 제조업 과잉설비, 부동산 과잉재고 및 기업부문 과잉부채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개혁과정에 있고, 최근의 중국 실물경제지표 둔화는 이런 공급부문 개혁과 디레버리징 정책의 영향이 크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무역분쟁이 해결되면 성장 잠재력이 제고돼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가 빠르게 하강하며 경착륙에 들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세계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7.0%(2018년)다.
한은은 나아가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중국정부의 재정·통화 정책적 대응여력이 높은데다 중국은 수출의존도가 낮고 내수시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소비시장 규모는 4조7천억달러(2017년·세계시장 대비 10.5%)로 미국(13조2천억달러, 29.5%)에 이어 세계 2위이고,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의존도는 19.8%(2017년)다. 보고서는 또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중국은 201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및 재정적자 비율이 각각 50% 및 2%대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재정지출로 대응할 여력이 크고, 예금은행 지급준비율(대형 상업은행 14.50%)도 매우 높아 통화 유동성공급에서도 대규모 부양정책을 펼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다만 “무역분쟁이 더 격화되면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및 글로벌 경기회복세 둔화 국면과 맞물려 중국경제가 예상보다 큰 하방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이 양국의 전체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2019년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19년 중국경제 성장률을 6.2~6.3%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유비에스(UBS) 등 일부 기관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할 경우 5.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