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수출액은 6055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다. 전체 무역 규모도 사상 최대인 1조1405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전년보다 1.2% 줄었다. 국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액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12월 반도체 수출액은 88억달러로 2017년 12월(96억달러) 보다 8.3% 줄었다. 2016년 10월 이후 27개월 만에 감소했다. 전달인 지난해 11월(106억달러)과 비교하면 축소 폭(18억달러)은 더욱 벌어진다. 한 달 새 무려 2조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반도체업계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D램 반도체 값 하락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말 발표된 D램 가격은 28개월 만에 하락했다. 지난해 9월 8.19달러였던 ‘디디아르 8기가바이트’(DDR 8GB) D램 값이 10월 7.31달러로 가파르게 떨어졌고, 11월 7.19달러까지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 감소와 한두 달 시차를 두고 흐름이 일치한다.
반도체 수출액 감소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 센터 투자 조정 및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해소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많은 데이터 클라우드 센터 구축 등이 미뤄지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해소됐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구매 의지를 더욱 낮춘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기존에 확보해 둔 재고를 사용하고 신규 구입을 미룬다는 것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하락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비수기인 1분기까지 고객들이 서둘러 재고를 축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액 감소는 기저효과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반도체 실적이 워낙 좋아 최근 하락세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최근 2년 동안 영업이익률 50%에 이르는 막대한 실적을 냈고, 반도체 수출액도 매달 20~60%씩 증가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수출액 감소가 실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실적이 줄어들더라도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해에 견줘 20~30% 줄어드는 것일 뿐 절대적인 수익은 상당하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30조~35조원, 14조~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역대 최대인 2018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2~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도체 수출액은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설비투자를 줄이는 등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비해 왔다. 공급량 부족이 나타나는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고 자연스럽게 수출액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기업들이 반도체 매입을 늦추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면 반도체를 사지 않을 수 없다”며 “경기 회복이 얼마나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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