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새 아이폰을 소개하고 있다. 애플 누리집
애플이 흔들린다. 지난해 10월3일 주당 233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애플 주가가 지난 4일 148달러까지 후퇴했다. 석 달 새 36% 줄었다. 웬만한 악재에 굴하지 않던 애플의 기세가 최근 급격히 꺾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투자자들에 보내는 서한에서 애플의 2019 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판매 전망을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낮췄다. 애플이 매출 전망을 내린 것은 16년 만이며, 2005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출시 뒤 처음이다. 이 발표로 애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영향을 받았다.
애플 부진의 단기적 원인은 쿡 CEO가 밝혔듯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탓이다. 2015년 12.5%이던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8%로 떨어졌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중국에 반미 감정이 짙어지면서, 올해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0%대로 떨어진 데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영향도 있었다”며 “애플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플 부진의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혁신이 빠진 고가 정책’이 지적된다. 애플은 자체 생태계와 열광적인 ‘팬덤’을 바탕으로 고가 정책을 펴왔다. 아이폰의 대당 평균 도매가격(ASP)은 2010년 666달러에서 지난해 796달러를 거쳐, 최근에는 852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나 화웨이 등이 200~300달러에 머무는 것과는 큰 차이다. 애플은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수익의 6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애플이 300조원(2670억 달러)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다.
이런 고가 정책은 최근 2~3년 애플이 혁신 없는 제품을 출시할 때도 이어졌다. 지난해 애플은 2017년 출시된 아이폰텐(X)과 유사한 아이폰텐에스(XS)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20% 가까이 올렸다. 최고가 200만원에 이르는 제품도 출시됐다. 2017년 아이폰8을 출시할 때도 가격을 올렸지만 “혁신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쿡 CEO는 중국 수요 둔화를 탓하지만 우리 의견으로는 아이폰의 평균판매단가 상승이 애플에 드리운 최대 그림자”라며 “혁신을 보여주지도 않고 판매단가만 올린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애플 실적 부진의 다른 원인으로 애플의 오만한 태도가 있다. 애플은 2017년 말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앞당기기 위해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을 고의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제 이슈가 됐지만, 애플은 분명하게 사과하지 않은 채 배터리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선에서 사건을 무마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고객 충성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을 조작하고, 또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경쟁 업체가 있었다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애플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를 떠넘긴 혐의와 대리점 판매대 설치비용과 신제품 홍보비 등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갑질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