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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속도 내던 공공부문 정규직화, 2단계 전환 13%…왜?

등록 2019-01-07 06:00수정 2019-01-07 11:04

3년차 맞은 ‘3단계 공공부문 로드맵’ 점검
1단계-중앙정부·공공기관 1만4천명중 95% 확정 ‘쾌속’
2단계-지난해 10월 목표인데 1만1천명중 1490명 불과
3단계-민간위탁기관은 아직 안갯속·기준도 마련 못해
“채용비리 감찰 뒤 기관들 몸사려…구체 가이드라인을”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은 비정규 노동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20대 중반 꽃다운 청춘의 비극적인 죽음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가지를 더 주문했다. 바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히 위험·안전 분야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부터 정규직화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새해 공공기관 운영의 가장 큰 화두가 노동자의 안전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규직화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3년차에 접어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계속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 초기 빠르게 진행되던 정규직 전환이 이미 소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2017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등에서 1단계 전환을 추진해 2020년까지 17만4천여명을 정규직화하고, 2018년부터 지자체 산하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자회사 등을 2단계로, 민간위탁기관은 3단계로 순차적으로 정규직화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었다.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정규직 전환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한국마사회는 정규직 전환 첫해인 2017년 시간제 경마직 5천여명에게 정년을 보장하고 4대 보험을 제공하는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도 용역 노동자 157명 전원을 정규직 전환하기로 하고 임금 14%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실제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이뤄진 1단계 정규직 전환 진도율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단계 전체 전환 대상자(기간제+파견·용역) 17만4천여명 가운데 95%가 넘는 16만7천여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실제 전환이 완료된 인원도 10만4천여명(68.9%)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2단계 정규직 전환은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기준, 2단계 전환 대상인 기간제 노동자 1만1천여명 가운데 실제 정규직 전환 결정이 이뤄진 인원은 1490여명으로 진도율이 13.1%에 불과했다.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경우는 4500여명 가운데 230여명만 전환 결정이 이뤄져 5% 남짓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난해 5월 2단계 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10월까지 정규직 전환 완료를 목표 삼은 것을 고려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숨 고르기’ 중인 정규직 전환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3개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고 주문한다. 우선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관리다.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현재 30곳 이상의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비정규직 규모가 큰 주요 공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흡수하는 데 대해 노조가 ‘도로 외주화’라고 반발할 경우, 정규직 전환이 장기간 공전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밝힌 한국잡월드에서는 노조가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30여일간 고용노동청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 일정으로 방문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던 인천공항공사에서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3천여명 이뤄졌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6천여명과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관별 특성에 따라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 설립 등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노동자들의 우려를 감안해 자회사 설립 시 지켜야 할 처우 개선 요건 등을 마련해 각 기관에 배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채용비리 관련 특별 감찰이 정규직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앞서 강원랜드와 금융기관 등의 채용비리 문제가 논란을 빚자 기획재정부 등은 정부 합동으로 최근 5년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각 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업무 평가와 채용 과정 등을 감사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특별 채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기관마다 비정규직 고용 형태가 매우 다양한데, 이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라인은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례가 없이 추진되는 채용 과정이라 혹시나 추후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기관 입사를 희망하는 신규 채용 대상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역차별’이라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어서 이 점도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방대한 공공부문 민간위탁기관을 어떻게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삼을지 역시 남겨진 숙제다. 정부는 3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인 민간위탁기관에 대해서는 아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 작성도 시작하지 못했다. 공공부문의 민간위탁이 워낙 다양한데다, 영역별로 성격도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공공부문 민간위탁은 △보건복지서비스 △폐기물·재활용품 수거 △상하수도 등 검침 및 점검 △전산 및 통신업무 △콜센터 운영 등으로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이에 정부는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민간위탁의 경우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보다 주무부처별로 민간위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책임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초 지난해 3단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를 목표로 했는데, 실태조사와 데이터 보정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민간위탁의 경우는 각 영역별로 노동조건이 개별적이어서 일률적인 정규직화 방안은 마련하기 어렵다”며 “노사 갈등이 많은 위탁 부문에는 노사민정 등 협의체를 통해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처우 개선이 시급한 영역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고용을 흡수하는 등 맞춤형 정규직화 로드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낮은 임금 수준에 감정노동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요양보호사·보육교사 등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폐기물·재활용품 수거 등 민간업체의 노하우가 인정되는 경우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처우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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