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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것’을 줄여 써라

등록 2019-01-13 09:00수정 2020-04-11 12:13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① 글 쓸 때도 사람이 먼저다

②‘대한’을 대하는 자세

③‘의’와 전쟁을 선언하라

④‘빵들과 장미들’이 어색한 이유

⑤ 갖지 말고 버리자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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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간직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어머니에게 주기로 한 것입니다.”

한 문장에 ‘것’이 3개나 나왔다. 문제는 한 문장에 이렇게 많은 ‘것’을 썼지만, ‘것’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다.

‘것’ 대신, 구체적인 단어를 써서 보여주는 게 낫다. 예를 들어 그 ‘것’이 사진이라고 해보자. 그림을 정확하게 써주자. 이렇게 말이다. “아버지는 간직하고 있는 그림 중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결혼사진을 어머니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훨씬 간결하고 정확하다.

우리가 쓰는 글에는 ‘것’ ‘것’ ‘것’이 참 많다.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을 조금만 덜어내면 더 좋은 문장이 된다. 글쓰기 실력이 올라간다. 좋은 문장은 많은 것을 덜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수량보다 사물이 먼저다

우리말과 영어는 사물과 수량을 쓸 때 순서가 다르다. 우리말은 사물이 먼저, 영어는 수량이 먼저다. 어떤 사람이 책 10권을 갖고 있다.

영어는 이렇게 쓴다. “He has ten books.(그는 10권의 책을 갖고 있다.)” 우리말이라면 이렇게 쓰는 게 자연스럽다. “그는 책 10권을 많이 갖고 있다.”

영어에서는 명사 앞에 오는 형용사가 여러 개 있을 때도 수량을 나타내는 표현이 가장 먼저 나온다. ‘five old woman’ ‘a few good man’. 우리말은 다르다. 사물을 앞세우고 수량을 뒤에 쓴다. ‘아메리카노 석 잔’ ‘고양이 두 마리’. 다른 관형어가 들어가더라도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석 잔’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

우리말에서 숫자는 항상 뒤에 온다. 숫자가 찬밥인 셈이다. 우리말은 영어만큼 수나 양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그렇다. 한국 사람은 수와 양에 너그럽다. 사과 한두 개, 친구 서너 명처럼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는 표현이 많다.

문제는 글을 쓸 때 영어식 표현이 스며들어 숫자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에겐 다섯 명의 친구들이 있다.” 이건 영어식 표현이다. 우리말은 사람이나 사물을 먼저 쓰고 숫자를 다음에 쓴다고 했다. 이 문장은 숫자가 앞서 나왔다. 숫자를 앞세우다보니 다섯 명과 친구를 연결해주려고 ‘의’도 썼다. 우리말 어순으로 바꿔보자. “그에겐 친구 다섯 명이 있다.” 사람을 먼저 쓰고 다음에 숫자가 나왔다. 우리말 표현이다. 이렇게 쓰면 굳이 ‘의’를 넣지 않아도 된다.

문장을 하나 더 보자. “그 회사는 이번 공개채용에서 300명의 신입사원들을 뽑는다.” 이번에도 숫자(300명)가 사람(신입사원들)보다 먼저 나왔다. 고쳐보자. “그 회사는 이번 공개채용에서 신입사원 300명을 뽑는다.” 사람을 먼저 쓰면 ‘의’를 굳이 쓸 필요가 없다. 항상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생각하자. ‘들’도 빼주는 게 낫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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