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가 빼곡히 쌓인 부산항만의 모습. 부산항만공사 제공
내수 부진에 이어 수출까지 위축되며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에서 “소매판매액의 증가폭이 축소되고 투자 감소폭은 확대되는 등 내수는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수출 여건도 점차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먼저 산업생산의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의 증가폭이 모두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6.9%)보다 크게 줄어든 0.2%의 증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증가폭이 줄어들면서 전월(10.9%)보다 10%포인트 이상 급락한 0.1%의 미미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업 생산 역시 전월(-3.1%)에 이어 10.6% 감소하며 부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제조업 출하와 동행지수 선행변동치도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내수를 떠받치는 소비와 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은 1.0%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지난해 8월 5.7%를 기록한 데 이어, 9~10월 2.8%를 기록하는 등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 민간 소비와 관련도가 큰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각각 0.6%,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97.2를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전달의 일시적 상승에서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대비 -10.0%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특수산업용기계류는 지난해 9월부터 석 달(9월 -28.4%→10월 -9.6%→11월 -32.2%)째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도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이 부진하면서 감소세(-1.2%)로 전환됐다. 반도체(-8.3%), 석유화학(-6.1%) 등 비중이 큰 수출 품목이 부진했던 탓이다. 지역별로는 중국 수출(-13.9%)의 감소폭이 큰 가운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흐름으로 평가됐다. 무역수지는 2017년 12월(55.1억달러)보다 10억달러 가량 줄어든 45.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세계 경제는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추가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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