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회사가 금융감독원 출신 임원을 영입한 경우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을 확률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이기영·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보면, 금감원 출신 임원이 있는 민간 금융회사가 금감원으로 부터 제재를 받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회사에 견줘 약 16.4% 낮았다. 이같은 효과는 임원 취임 이후 3개월까지 유지됐다. 분석은 2011~2017년 민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임한 이들 가운데 공직 경험이 있었던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출신 임원을 영입했을 경우 이같은 제재 감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 등으로 불리는 금융 당국자들의 민간 금융회사 재취업이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민간 금융회사행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살려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전문성 가설)와 ‘유착관계를 강화해 제재를 회피시켜주는’ 부정적 효과(부당공동행위 가설)가 있다는 주장이 충돌해왔다.
하지만 분석결과, 금감원 출신 인사 영입으로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재무적 위험관리 성과)이 높아지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사고 가능성 등 비재무적 운영 위험도 줄지 않았다. 부정적인 효과(제재 회피)는 나타난 반면 긍정적인 효과(건전성 강화)는 관측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진행된 비슷한 연구에서 금융 관료가 금융회사 임원이 됐을 경우 ‘회사의 재무적 건전성이 개선된 반면 감독당국 제재를 받을 가능성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결과와 대비된다. 보고서는 이같은 차이가 발생한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집중형 금융감독 시스템’을 꼽았다. 여러 감독기구가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금감원 한 곳이 전담한다. 그만큼 견제가 적고, 유착에 드는 비용도 크지 않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에 대해 이날 금감원은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제재 확률은 제재의 경중 및 건수를 따지지 않은 채 제재 사실만 놓고 단면적으로 분석됐고 (연구에 쓰인) 지표들도 다소 부적절하다”며 “유착 방지를 위해 검사원 제척제도, 외부인 접촉 관리 등 퇴직자와 관련된 내부통제 장치도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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