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제이피(JP)모건체이스 등 4개 외국계은행이 6천억원 규모의 외환파생상품을 거래하며 담합을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위원장 김상조)는 20일 도이치·제이피모건체이스·스탠다드차타드·홍콩상하이 등 외국계은행 4곳이 외환파생상품 거래에서 사전에 가격을 담합한 것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9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외환파생상품은 외환거래에 수반되는 환율·이자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이뤄지는 통화스와프·선물환·외환스와프를 의미한다.
조사결과 이들 외국계은행 4곳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2년간 5개 고객 기업과 총 7차례에 걸쳐 6000억원 규모의 외환파생상품 거래를 하면서 가격을 담합했다. 은행들은 고객 기업이 외환파생상품 물량을 나누어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 은행간 가격경쟁을 방지하고 거래가격을 높이기 위해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제시하기로 짰다. 또 고객 기업이 여러 은행 중 하나를 선정해 거래하는 경우 특정은행이 거래할 수 있도록 가격을 사전에 짬짜미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은행 영업직원들은 고객 기업으로부터 가격제시를 요청받은 경우 평소 친분관계가 있는 다른 은행 영업직원에게 메신저 또는 유선으로 연락해 거래정보를 공유하고, 가격제시 수준을 협의했다.
안병훈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외국계은행의 담합으로 인해 기업들은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며 “일례로 2010년 5월 통화스와프 거래에서 도이치은행은 당초 4.28%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나 홍콩상하이은행과 합의에 따라 다른 은행이 제시한 4.3%와 유사한 4.28%로 가격을 수정 제시해 최종 거래가격은 4.3%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대한 과징금 상한액은 관련 매출액의 10%다. 외환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6천억원에 달하는데 과징금이 7억원에 불과한 것은 관련 매출액을 전체 거래 규모 대신 스와프 포인트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외환선물환 거래는 계약시점에서 미리 정한 환율(선물환율)로 미래 특정시점에 두 통화를 주고받는 거래인데, 이때 선물환율과 현물환율 간의 차이를 스와프 포인트라고 한다.
공정위가 외국계은행의 외환파생상품 담합을 제재한 것은 두번째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도이치, 홍콩상하이 은행이 외환스와프 비딩((bidding)에서 서로 밀어주기를 통해 번갈아 수주하기로 담합한 것을 적발해서 과징금 59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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