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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신제품 시도 들끓도록 통합적 국가혁신 시스템 만들어야”

등록 2019-01-20 20:00수정 2019-01-21 13:05

새해기획/제조업 패러다임 바꿔야 산다④
<축적의 시간> 이정동 서울대 교수 인터뷰

중세 길드같은 한국산업
“독과점적 칸막이 쳐진 생태계”
도전없이 따라하기에만 매몰
창조적 파괴 안돼 새 기회 막혀

‘코리안 패러독스’에 갇혀
연구개발 투자·특허보유 앞서도
신산업 창출 힘든 ‘동맥경화’ 증세
“쉬운 연구 안주해 실패 회피 탓”

실험 독려하는 ‘스몰베팅’을…
‘몰빵투자’ ‘무조건 성공’ 벗어나
“조금씩 독창적 개념설계 축적해야”
카풀서비스 갈등 해결 ‘국가의 일’

축적 시간·공간 취약 우리 전략은?
20여년 산업정책 틀 뒤집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요즘, 기업의 신제품 발표회 행사를 보기 어렵다. 혁신적 신제품의 씨앗이 될 새로운 시도 자체가 없는 것이 우리 산업이 당면한 근본문제다. 도전적이고 새로운 시행착오 시도가 부글부글 끓게 해야 한다. 산업은 국가라는 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산업혁신이라는 초고층빌딩을 지으려면 개별 산업정책을 넘어 금융·복지·공공투자·숙련노동을 아우르는 통합적 축적 지향의 국가혁신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한다.”

지난 4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정동(52) 서울대 산업공학 교수(기술경영경제정책)는 “지금 한국 산업은 죽은 호수와 같다. 지난 20년간 산업혁신에 각종 노력을 경주했으나 실패했다. 주력수출 상위품목도, 매출액·자산총액 기업 순위도, 산업 포트폴리오도 바뀐 것이 거의 없다”고 탄식하며,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을 끊임없이 축적하는 쪽으로 모든 국가 정책을 다같이 동시 전환하는 ‘산업정책 이니셔티브’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 교수는 여느 경제학자가 쓴 한국경제·산업 연구서보다 기업 현장에서 많이 읽힌 책 <축적의 시간>(2015)과 <축적의 길>(2017)을 펴낸 공대 교수다. 2018년 가을에는,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방안을 고민중인 청와대에 가서 산업혁신 전략에 관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새로운 시도가 없다는 것이 진짜 문제!”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간다는 걱정이 크다. 거시 성장률 하락이나 기업의 수익성 하락에 앞서 신산업을 열고 만들어갈 새로운 시도 자체가 없는 것이 당면한 문제다. 즉 근본 원인은 우리 산업·기업에 독창적인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거나 없다는 데 있다.” 독창적 개념설계가 나오면 그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진다. 말하자면 1세대 아이폰, 제프 베조스의 무인식료품매장 아마존 고, 구글의 알파고가 나오면서 산업과 비즈니스 룰,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뀐다. 이 룰 설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수익률 차이도 독창적 개념설계 여부가 가른다.

개념설계(콘셉트 디자인)는 뭘까? “혁신적 플랜트의 설계도나 새로운 제품의 설계도뿐만 아니라 산업의 가치사슬을 지배하는 핵심부품과 소재의 설계도도 포함한다. 끊임없이 쌓아올린 혁신으로 남들이 따라올 수 없게 하는 독일·일본식 누적형 개념설계가 한쪽에 있다면, 여러 가지를 묶어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실리콘밸리식 조합형 개념설계도 있다. 우리가 1백년 된 자동차 설계는 따라가지만 자율주행차는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만들어진 개념설계를 가져와 조금씩 개선한 것일뿐 독창적 개념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시행착오는 왜 중요한 자산인가? “미국에서 우버가 작년 3월에 자율주행차량 시험운행 중에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낸 뒤 16개 안전규정을 추가한 후 시험을 재개했다. 시행착오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런 규정들이 계속 쌓이면 그것이 나중에 자율주행차의 개념으로 만들어진다. 시행착오를 거쳐보지 않은 쪽은 16개 규정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없고, 자율주행차 경쟁에서도 먼저 치고 나갈 수 없다.”

“죽은 호수” 깨울 독창적 개념설계 그는 우리 산업생태계를 “딱딱하게 굳어있는 독과점적 지대추구형 칸막이들이 중세 길드처럼 물 흐름을 막아놓고 자기 이해를 지키고 있어 뭘 시도해보려면 다 막혀있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시설투자액 상위 100개 기업 중에 스타트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산업생태계에서 신생기업 비중이 추세적으로 감소하면서 산업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기존 산업이 밀려나는 창조적 파괴가 활발하게 일어나야하는데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지 않으니, 청년들이 공무원으로 몰려가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도전의식이 없다고 탓할 게 아니라는 말이다.

기업들이 여전히 돈은 벌고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었지만 “전통 주력산업이든 신산업이든 혁신적인 새로운 상품에 대한 도전 자체가 없다.” 그는 “죽은 호수” 같은 산업을 흔들어 깨우는 ‘혁신’의 요체는 “독창적 개념설계를 위한 시행착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산업은 개념설계를 선진경제 등 바깥에서 따라잡기식으로 수입해 잘 ‘실행’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세계 1위에 오른 디스플레이도 90년대 일본이 하던 것을 보고난 뒤 우리도 하면 될 것같으니 이 품목을 일단 찍어놓고 막대한 자금을 즉각 동원하고 투입해 일본보다 더 잘해 성공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산업·기업은 따라잡기식 개념설계로 만들어놓은 것을 “긁어먹으며 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개념설계를 도입한 뒤 이를 ‘개선’하면서 상품을 다각화하는데까지는 잘해 왔으나 이런 추격형 전략은 이제 종말이 왔다. “이미 중국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빨리 또 더 잘하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이 허둥댈 수밖에 없다.”

‘뉴 투 더 월드’로 이행해야 이 교수는 우리에게 ‘뉴 투 더 코리아’(New to the Korea·한국 산업·기업에서 볼 때만 새로운 제품) 습관이 배어있다며, ‘뉴 투 더 월드’(New to the World·세계에서 새로운 제품)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창적 개념설계를 ‘창의적 아이디어’로부터 단박에 길어올리려는 건 잘못된 고정관념이라고 말한다. 무슨 얘길까? “기업마다 임직원들에게 창의, 창의적 역량강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개념설계가 만들어지고 축적되는 과정은 ‘스몰베팅’ 전략이 핵심이다. 글로벌 챔피언 기업의 성공 원리는 아주 대단한 창의가 아니다. ‘조금 다른’ 차별적 아이디어다. 혁신은 일약 점프가 아니다. 차별적 아이디어를 시행착오 축적을 통해 현실에서 쓸 수 있도록 조금씩 ‘스케일업’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국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은 먼지없는 청소기라는 제품에 성공할 때까지 5천번 이상 실패를 거쳤다. “내가 5천번 실패 경험을 다 해보기는 어려우니, 남이 경험해 기록으로 축적된 1천번의 시행착오를 참고하고 배우는 ‘오픈네트워킹’이 필요하다. 그래서 창업기업들이 다들 실리콘밸리와 선전(중국)으로 가는 것이다.”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이 개별 기업뿐 아니라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축적돼야 한다는 얘기다. 요컨대 이 교수의 제언은 “독창적 개념설계역량 축적을 지향하는 구조로 사회 전체가 전환해야 한다”는 말로 집약된다. “결과 자체보다는, 그 혁신적 성과가 나온 뒤쪽 과정을 훑어봐야 한다. 산업의 맨 아래 하단부에 거대한 규모로 존재해야 하는 수없이 많은 실패, 그런 시도 자체가 우리는 ‘제로 상태’라는 게 문제다.”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축적 속도 높일 “압축적 시스템 구축” 선진국은 축적의 ‘시간’을 거쳐오며 도약해왔고, 뒤따르는 중국은 시행착오 축적에 필요한 시간을 거대한 인구·대륙을 활용해 ‘공간’으로 압축하고 있다. 중국은 2013~18년 30개 미래첨단기술분야 중 23개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시간과 공간 둘다 갖지 못한 한국 산업의 전략은 무엇일까? 그는 “시스템으로 압축해 속도를 높이며 극복하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실험이 끓도록 유도·진작하는 국가 전체 차원의 산업정책 틀이 필요한 이유다. 과거에 생각하던 좁은 의미의 산업정책을 넘어서 정부 정책 전반이 혁신지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5G망 구축이나 신재생에너지 전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국가적 인프라 프로젝트도 좋은 기회다. 국가적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왕에 세금 쓰는 거라면 우리 산업이 참여해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하도록 돕는 쪽으로 공공조달이 바뀌어야 한다. 즉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들을 공공부문에서 제대로 ‘출제’하고, 이를 풀어내는 과정의 시행착오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책 실무자의 도전적 실패를 용인하는 쪽으로 행정감사규정도 바뀌어야 한다.” 산업정책을 짤 때 감사원도 함께 참여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패없는 연구개발이 ‘코리안 패러독스’ 불러” ‘코리안 패러독스’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R&D)투자 규모 세계 1위에 표준특허 보유 세계 5위이고 기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과학기술인용지수(SCI)급 저널논문 숫자도 급속히 올라가고 있는데, 정작 신산업은 없다는 비판이다. “비유컨대 심장혈전과 유사하다. 하던 일만 계속 하는 산업·기업 풍토에서 혈관입구 쪽 파이프에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한 투자만 계속 때려넣고 있지만, 신산업 시도가 없으니 혈관이 점점 부풀어오르고 있다. 물량투입으로 중간산출물이 엄청나게 나오긴 하지만 사실은 끝(신산업)이 막혀 있어 동맥경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의 수십조원짜리 시설투자도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일뿐 새롭고 과감한 도전적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연간 20조원의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개념설계 역량이 한참 뒤처져 있는 배경에는 프로젝트 성공률 90%를 넘는, 애초부터 실패 확률이 낮은 ‘안이하고 쉬운’ 연구과제 일색이기 때문이다. “시중에 정책자금 사냥꾼, 즉 연구개발자금을 따먹는 컨설팅 업체들도 많다.”

제3의 산업정책 “새 시대정신” 그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 정책을 수립할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산업정책 패러다임 전환과정에 대한 역사적 안목이라고 강조한다. “1986년에 제정된 공업발전법(현 산업발전법)이 우리 산업정책에서 일대전환이었다. 결정적으로 이 때부터 대대적인 국가 연구개발자금 투입을 산업육성의 기반으로 삼는다. 그 전까지는 철강·자동차·전자산업육성법 등 특정 개별산업을 선택해 육성하는 지원법에 따라 금융지원, 인프라, 인력양성을 집중적으로 뿌려주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초 무렵 선진국의 기술보호 압력 등에 처하자 모든 산업에 적용 가능한 ‘산업중립적 정책’으로 바꾸면서 G7 프로젝트(선도기술사업) 등 2단계 기술개발 산업정책으로 전환했다. 불행하게도 이 산업정책의 틀 역시 외국의 개념설계를 보고 빨리 따라잡기위해 기술개발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육성할 개별 산업·품목을 찍고 지원하고, 다시 찍고 지원하는 추격형 패러다임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산업은 1970년대까지 국제경쟁력에 따른 비교우위론을 과감히 거부하면서 자원을 몰아줘 산업기반을 마련하고, 2000년대까지 수입해 들여온 개념설계를 단지 ‘개선’하는 식으로 추격하는데는 크게 성공했다. 그 후에도 거대한 중국 수요시장의 등장 같은 골디락스 행운도 뒷바람을 불어주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 제3의 새로운 산업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를 넘어 큰 틀에서 국가와 사회 전체가 동시에 바뀌는 패러다임 전이가 이뤄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창이다. “우리 산업에 요청되는 시대정신은 도전적 시도와 시행착오 축적이다. 기업가와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관련돼 있는 과제다. 그래서 ‘패러다임 동시 전환’이 필요하다.

■ “사회적 위험 공유” 국가의 일 도전적 시행착오와 새로운 시도가 많아질수록 실패도 늘어나고, 성공하더라도 그로 인해 기존 일자리와 산업에서 ‘파괴’ 역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요즘의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대립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국가의 일’이 있다. 도전적 시행착오를 북돋우고, 혁신의 결과를 모두가 누리도록 “이해관계의 망에서 일어나는 창조적 파괴의 앞쪽과 뒤편을 함께 챙기고 잡아주는” 일이다.

“창조적 파괴 와중에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자 망이 부서지고 탈락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들의 일자리와 소득 위험을 사회와 국가가 뒷받침해주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런 뒷받침이 있어야 새로운 창조적 시도도 더 왕성해질 수 있다.”

산업정책에 금융부문도 참여하고, 그러려면 기존 산업금융 행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산업에서 스케일업 과정을 담당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게 금융이다. 산업 구조조정 원칙도 기존 금융논리를 넘어, 축적된 시행착오 경험을 살리는 쪽에 중심을 둬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지역금융이 무너져 지역의 어떤 중소기업이 혁신적 기술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알아낼만한 전문적 금융역량도 많이 사라졌다. 이자보상배율을 못 맞추는 한계기업이라도 오랜 축적으로 기업가치가 수천억짜리인 보석같은 기업이 있지만, 우리 금융은 이를 구분해내지 못한다.” 우리 산업금융이 독일·일본에 크게 뒤처지는 대목으로, 산업 이해역량이 부족하다보니 가계대출 등 소매금융만 하고 있는 것이다.

“‘고수’ 키우는 사람 투자로” “일류석공이 있어야 조각가도 있다. 연구개발보다는 오랜 현장경험을 온몸에 축적한 장인·고수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고수는 산업 내부에 축적된 ‘혁신’ 공유자산이고 새로운 시도를 위한 훌륭한 모판이다. 소재부품 뿌리산업에서 숙련 인력의 퇴장을 막아야 한다.”

그는 마구잡이식 청년창업도 이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창업자 나이가 평균 40대 중반이다. 여러 영역에서 이미 시행착오를 쌓고 나와 창업한다. 준비 안된 청년기업가를 억지로 키우려하기보다는, 축적된 실패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제3의 벤처붐이 일어나야 한다. 대학도 인큐베이터로 창의적 청년을 키워 사회로 내보내기보다는 사회에서 경험을 축적한 사람들을 학교 안에서 받아들여 돕고 지원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완성·성공 지향’보다는 무수한 ‘실험 지향’을 되풀이해 설파했다. “어떤 사업에 막대한 돈을 ‘몰빵 투자’해 실패하지 않고 무조건 성공하고보려는 ‘빅배팅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말하자면 ‘테스트베드 코리아’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는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카풀 앱이 시금석”이라며 “산업정책 대전환은 정치 리더십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택시기사들의 반발 등 이해관계망을 어떻게 조율하며 뚫어내고, 또 택시업계도 살아날 수 있는 돌파구를 정책으로 만들어 설득할 수 있는지에 새로운 ‘산업정책’의 장래가 걸려 있다는 얘기다.

흔히 ‘신산업 기술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꼽히는 규제는? “규제는 철폐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업데이트해야 한다. 기술은 시장과 산업이라는 몸, 즉 외피가 필요한데 규제가 그 핵심이다. 규제 없이는 신산업도 기술도 있을 수 없다. 옷을 만들 때 처음에 대충 사이즈를 보고 가공해본 뒤에 길면 소매를 잘라가며 자꾸 다듬듯이 규제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새로운 시도 부글부글 끓게…” 우리 산업이 추격형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탈추격’의 정체는 뭘까? “한마디로 시행착오의 축적이다. 새로운 시도는 불확실하고 답이 없는 상황이다. 더듬어가며 지도를 그려가야 한다. 조금씩 ‘스몰베팅’을 해가면서 쌓아가야 한다. 제3의 산업정책은 이를 돕기 위한 국가 이니셔티브가 돼야 한다.” 산업정책을 특정 부처에서 해방시켜 국가 차원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경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지출은 좋다. 다만 지출지갑은 두둑하게 케인스식으로 하더라도, 사용계획은 여러 산업생태계에서 새로운 도전적 시행착오 시도가 끓고 창조적 파괴가 왕성하게 일어나도록 돕는 쪽으로 써야한다. 말하자면 슘페터식으로 써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일어나면 그 끝에 보이는 것이 일자리이고 또 ‘혁신성장’이다. 올해는 지난 20여년 과거 산업정책으로부터의 대반전이 일어나는 혁신국가 원년이 돼야 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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